작년 4월에 바이크를 타고 일본을 다녀온 뒤, 다들 한 번쯤은 걸린다는 그 일본병이 제대로 와버렸다.
그래서 결국 6월 말에 또 후쿠오카를 다녀왔는데, 정작 후기 쓰는 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제서야 꺼내게 됐다.
한여름 일본은 땡볕에 습도까지 더해져서 여행하기 진짜 힘들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보게 된다.
근데 출발 직전에는 그런 말이 하나도 안 들어왔다.
그냥 빨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만 한가득 안고 후쿠오카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지인을 잠깐 기다렸다가, 공항버스를 타고 하카타역으로 이동했다.
막상 도착하고 보니 도시 전체가 뭔가 분주한 느낌이었다.
길거리 분위기도 그렇고, 여기저기 설치물이 올라가는 것도 그렇고, 딱 봐도 뭔가 준비 중인 느낌이 강했다.
알고 보니 내가 갔던 그 다음 주부터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 기간이었다.
후쿠오카 여름 대표 축제로 꽤 유명한 행사라, 하카타 일대가 미리부터 들썩이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그래서였는지 그냥 걷기만 해도 뭔가 여행 온 느낌이 더 강하게 났다.

이번 여행의 첫 번째 목적은 좀 웃기게도 희귀담배 찾기였다.
그래서 하카타역 근처에서 제일 크다는 담배샵부터 찾아갔다.
진짜 처음 보는 담배가 한가득 쌓여 있었고, 구경만 해도 꽤 재밌었다.



근데 정작 내가 찾던 담배는 없었다.
결국 한참 구경만 하다가 그냥 나왔다.
뭔가 허무하긴 했는데, 이런 데서는 또 꼭 찾는 건 없고 쓸데없이 신기한 것만 많이 보게 된다.
매니아층만 찾는다는 담배라 쉽게 구할 수 없을꺼라고 예상은했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길거리 구경하면서 걷고 있는데, 진짜 뜻밖의 장소에서 내가 찾던 담배를 발견했다.

예전에 바이크 타고 일본 갔을 때 봤던 그 28미리 담배.
그땐 그냥 장식용으로만 둬야지 싶었는데, 파이프에 필터 넣고 펴보니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이번 여행 오면 하나 더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그걸 큰 담배샵도 아니고, 동네 구멍가게 같은 데서 보게 될 줄은 진짜 몰랐다.
그 순간은 좀 웃겼다.
그렇게 찾던 걸 이렇게 허무하게 만나네 싶어서.
저걸 사는게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는데 첫날에 바로 구매해버렸다.
이제 뭘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팍 꽂혔다.
이번 여행은 큰 관광지를 막 찍고 다닐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그래서 진짜 말 그대로 동네만 뺑뺑 돌면서 구경하고, 골목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고, 눈에 들어오는 가게 있으면 잠깐 멈췄다가 또 걷고, 그런 식으로 첫날을 흘려보냈다.
그러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야키토리집 하나가 보여서, 별 고민 없이 바로 들어갔다.
앉자마자 생맥주부터 한잔 들이켰다.

생각했던 것만큼 미친 더위는 아니었는데, 습한 건 진짜 예상 이상이었다.
몸이 뜨거운 게 아니라 공기가 사람을 감싸는 느낌이라, 맥주 한잔 들어가니까 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
메뉴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서 모듬세트 같은 걸로 하나 시켰다.
그렇게 꼬치 몇 개 집어먹고, 맥주 마시고, 또 마시고, 그러다 보니 첫날 저녁이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밥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바로 앞에 바가 하나 있길래 “여기 한번 들어가볼까?” 하고 또 들어갔다.
근데 거긴 완전히 로컬 손님들만 오는 바였다.
사장님도 한국어를 전혀 못하셨고, 분위기 자체가 관광객용이 아니었다.
나는 그때 일본어를 막 배우기 시작한 수준이라 거의 못 하는 편이었는데,
같이 간 지인은 현지인처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유창해서 그게 진짜 컸다.
덕분에 나는 옆에서 어버버하다가도 분위기 따라가면서 같이 놀 수 있었다.



거기서 거의 3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중간중간 재밌는 일도 많았고, 현지 사람들하고 섞여서 노는 느낌도 좋았다.
그리고 그날 바에서 놀고 나오면서 진짜 하나는 확실하게 느꼈다.
아, 일본어 더 열심히 해야겠다.
첫날은 늘 그렇듯 빨리 쉬어야 하는 날인데 막상 숙소 들어가니 새벽 3시쯤이었다.
씻고 누우니까 바로 기억이 끊겼다.
다음 날도 딱히 큰 계획은 없었어서, 첫날을 이렇게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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