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술 마시고 놀았던 후유증 때문인지,
아니면 첫날부터 찾던 담배를 이미 구해버려서 마음이 좀 풀어진 건지,
둘째 날은 아침 일찍 눈이 떠지진 않았다.
대충 9시 반쯤 일어나서 씻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날은 진짜 아무 계획도 없었다.
어디를 꼭 가야 한다는 것도 없었고, 뭘 꼭 해야 한다는 것도 없었다.
그냥 돌아다니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진도 생각보다 많이 안 찍었다.
일단은 다들 한 번씩은 간다는 텐진으로 향했다.
역 안에 있는 요시노야부터 들러서 규동 한 그릇 먹고,
근처 상점가를 대충 돌아다니다가 가챠샵이 보여서 들어갔다.
그냥 구경만 할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들어가면 또 꼭 하나씩 손대게 된다.
그러다 지인이 뭔가 하나를 한번에 뽑았는데, 그게 하로 블루투스 스피커였다.

저런 건 보통 몇 번 돌리고 나서야 나올 것 같은데,
진짜 단 한 번만에 나와버려서 옆에서 보던 내가 더 놀랐다.
이럴 땐 괜히 내가 뽑은 것도 아닌데 기분이 좀 좋아진다.
그다음엔 텐진 쪽에 있는 좀 큰 백화점 안도 한 번씩 구경하면서 돌아다녔다.
그러다 텐동집 하나가 눈에 들어와서 들어갔다.
한국에서 텐동은 이상하게 나랑 잘 안 맞았다.
먹을 때마다 느끼해서 한 그릇을 깔끔하게 다 먹은 적이 거의 없었는데, 여긴 어떨까 싶어서 그냥 한 번 들어가봤다.
결과는 완승.


한국에서 먹던 텐동 특유의 그 느끼함이 거의 없었다.
바삭한 건 바삭하고, 간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생각보다 훨씬 가볍게 들어갔다.
진짜 마음 같아선 한 그릇 더 먹고 싶을 정도였다.
맥주까지 같이 마시니까 더 좋았다.
밥 먹고 나서는 이번엔 지인이 사고 싶은 피규어가 있다면서 중고 피규어샵들을 돌기 시작했다.
텐진 쪽이든 하카타 쪽이든 이런 서브컬처 매장이 꽤 큰 규모로 자리 잡고 있는 게 좀 신기했다.
그냥 몇 군데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돌아다니는 코스가 생길 정도였다.

결국 하루 종일 돌아다녔는데 정작 찾던 물건은 못 찾았다.
그래도 구경하는 재미는 확실히 있었다.
진짜 이런 쪽 문화가 여기까지 커질 수 있구나 싶어서, 가게 하나하나 들어갈 때마다 눈이 좀 바빠졌다.
그렇게 텐진 쪽을 거의 다 보고 다시 하카타로 돌아왔다.
이제 그냥 들어갈까 싶었는데, 지인이 “2~3정거장만 가면 개쩌는 건담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또 방향을 틀었다.
막상 가기 전엔 커봐야 얼마나 크겠냐 싶었는데, 가서 보니 진짜 생각보다 훨씬 컸다.

내가 본 건 라라포트 후쿠오카 앞에 있는 실물 크기 건담이었다.
높이가 20미터가 넘는 수준이라 멀리서도 바로 보이고, 가까이 가면 진짜 건물 몇 층 높이처럼 느껴진다.
그 정도면 “큰 조형물” 정도가 아니라 거의 랜드마크다.
후쿠오카 쪽에서 건담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거의 필수 코스처럼 보였다.
진짜 한참 구경했다.
그 정도 크기로 세워놓은 걸 실제로 보면,
얘네는 진짜 건담에 진심이구나 싶다.
그 뒤에는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진 나베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먹고 보니 딱 모츠나베, 그러니까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곱창전골이었다.
후쿠오카 쪽 대표 음식 중 하나라던데, 실제로 먹어보니 왜 유명한지 알 것 같았다.
곱창이 들어가서 무겁기만 할 줄 알았는데, 국물 쪽이 생각보다 깔끔하게 들어오는 편이었다.
마늘이랑 부추, 양배추 같은 채소가 같이 끓으면서 올라오는 향도 좋았고.
여기서도 맥주 2~3잔쯤 마시고 택시타고 돌아왔다.
그리고 나서는 도저히 걸을 힘이 없어서 택시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날도 뭘 엄청 한 것 같진 않은데, 걸음 수를 보니까 2만 보를 넘겼다.
텐진 돌아다니고, 가챠샵 보고, 피규어샵 돌고, 건담 보러 갔다가, 모츠나베까지 먹고 들어왔으니 가만 생각해보면 꽤 많이 돌아다닌 게 맞긴 했다.
둘째 날은 딱 그랬다.
구경하고, 먹고, 마시고, 또 걷고.
그렇게 하루가 짧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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