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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장비,정비

출퇴근용으로 결국 다시 데려온, 두 번째 슈퍼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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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무실이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였을 때는 크게 불편한 게 없었다.
근데 서면으로 이사한 뒤부터는 계속 지하철 타고 출퇴근하고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은근히 피곤하게 느껴졌다.
이제 날씨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고, 곧 더워질 텐데 지하철 안에서 계속 부대끼는 것도 점점 스트레스였다.
결정적으로, 생각보다 지하철 안에 별별 사람이 다 많아서 도저히 못 참겠다 싶던 타이밍에 평균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커브 매물이 하나 떴다.

그걸 보고는 거의 바로 사버렸다.


비 오는 날이었고, 금요일이었고, 거래 가능한 시간도 밤늦게뿐이었다.
이쯤 되면 “이번엔 그냥 다음 매물 보자”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가격이 너무 괜찮아서 그럴 마음이 안 들었다.
결국 번호판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거래부터 끝냈다.

무판 상태에 헬멧도 없어서,
타고 가는 건 아예 포기하고 그냥 근처 지인 집까지 끌바해서 옮겼다.
비 오는 밤에 그렇게 밀고 가고 있으니 조금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 또 내가 이걸 하고 있네’ 싶은 생각도 들었다.

1년 만에 다시 이 키 조합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예전에 커브를 한 번 정리했다가 후회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또 이렇게 돌아오게 될 줄은 진짜 생각 못 했다.


다음 날은 오전 반차를 쓰고 느긋하게 번호판 등록부터 했다.
이런 건 하루 미루면 계속 미뤄질 것 같아서 그냥 바로 처리하는 쪽이 마음 편하다.
등록 마치고 번호판 달고, 이것저것 확인할 것 좀 보고, 다시 집으로 가져왔다.

원래는 그대로 바로 출근하려고 했는데,
막상 보니 상태가 너무 지저분해서 그냥 가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일단 눈에 띄는 때라도 닦아내자 싶어서 대충 한 번 닦아냈다.
완벽하게 세차한 건 아니고, 그냥 “이대로 타긴 좀 그런데” 싶은 부분만 일단 정리한 수준이었다.

닦다 보니 점점 감이 왔다.
이 차는 아마 배달 쪽으로 굴렀던 차인 것 같았다.
봉지걸이 밑에 남아 있는 흔적들이 아무리 닦아도 안 지워지는 걸 보니, 그제야 의심이 거의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또 그런 차들이 생활기동성은 좋은 경우가 많아서, 완전히 싫지만은 않았다.
어차피 출퇴근용으로 다시 가져온 거라, 어느 정도 손보는 건 각오한 상태이기도 했다.

그래서 바로 해야 할 일들을 적어봤다.

  1. 스크린 달기
  2. 드럼 손보기
  3. 충전기 달기
  4. 엔진오일 교환
  5. 미러 브라켓 보강용접
  6. 제대로 된 세차
  7. 아이들링 RPM 올리기 — 시동이 자꾸 꺼짐
  8. 약간의 드레스업
  9.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언제 다하나 이걸…”
싶긴 했다.
근데 또 이런 것도 재미다. 바로 완성된 걸 타는 느낌보다, 하나씩 손보면서 내 쪽으로 맞춰가는 재미가 분명히 있다.


커브를 판 지 딱 1년 만에 다시 들였다.
예전 커브를 정리하고 나서 꽤 오래 후회했던 걸 생각하면, 이번엔 좀 다르게 가고 싶다.
그래서 이번에는 안 팔고 계속 들고 있을 생각이다.

출퇴근용으로도 딱 맞고, 동네 마실용으로도 좋고, 막 타기에도 부담이 덜하고, 또 손보는 재미도 있다.

결국 다시 돌아올 걸, 조금 늦게 돌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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