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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드라이브

목적지 없이 나섰다가 사천대교를 다녀온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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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풀린 김에 무작정 떠난 봄 라이딩

날씨가 꽤 풀렸다.
길게만 느껴졌던 겨울도 어느새 지나가고, 한동안 가만히 세워만 뒀던 바이크를 다시 꺼내 탈 때가 된 것 같았다.
일도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라 그런지, 오랜만에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졌다.
그래서 이날은 딱히 복잡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냥 무작정 집을 나섰다.


어디로 갈지는 일단 나가서 생각하기로

처음에는 남해나 거제 쪽으로 내려가 볼까 생각했다.
어디든 바다 보이는 쪽으로 달리면 좋겠다는 정도의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정해둔 목적지도, 꼭 들러야 할 곳도 없었다.
오히려 그런 애매한 상태로 출발하는 게 더 좋을 때가 있다.
오랜만에 타는 바이크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았고, 어디로 향하든 그 과정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그렇게 마산을 지나 진동까지 내려왔고, 이마트24 앞에 잠시 바이크를 세웠다.
편의점에서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서서, 이제 어디로 갈지 천천히 정해보기로 했다.
잠깐 멈춰 서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그 시간조차도 괜히 좋았다.
급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누가 재촉하는 것도 없는 이런 여유가 정말 오랜만이었다.
조금 지쳤나보다.


갑자기 떠오른 사천대교

그러다 문득, 예전에 하동 화력발전소 앞에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지나갔던 사천대교가 떠올랐다.
그때는 잠깐 지나간게 전부였는데도, 이상하게 그 풍경이 머릿속 어딘가에 계속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굳이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한 번씩 불쑥 생각나는 장소들이 있다.
사천대교가 딱 그런 곳이었다.
그 순간 목적지는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원래 생각했던 남해도, 거제도 아니고 갑자기 사천대교.
하지만 이런 즉흥적인 방향 전환이야말로 바이크를 타는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계획대로 흘러가는 하루도 좋지만, 그날의 기분과 순간적인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날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https://youtube.com/shorts/H33PUHrWM60?si=WhYvlAuGjeoLO2A4


주행하면서 영상도 찍어봤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카메라 위치는 조금 아쉬웠다.
현장에서 느꼈던 시원한 개방감이나 바람의 분위기가 화면에는 생각만큼 잘 담기지 않았다.
직접 달릴 때는 분명 훨씬 더 탁 트이고 좋았는데, 영상으로 옮겨놓고 보니 그 느낌이 반도 안 살아나는 것 같았다.
다음에는 카메라 각도나 위치를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다.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좋지만, 역시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풍경을 완전히 담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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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멈춰 쉬는 시간

사천대교를 건너면 바로 왼쪽에 휴게소와 카페가 함께 있는데, 그대로 카페 쪽으로 들어갔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자리에 앉아 한동안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다리와 바다, 그리고 그 주변의 한적한 분위기가 생각보다 더 좋았다.
굳이 뭔가를 해야 할 필요 없이, 그냥 멍하니 앉아 풍경만 보고 있어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바이크를 타고 나오는 날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보다, 이렇게 잠깐씩 멈춰 쉬는 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돌아가는 길에 또 한 번 방향 변경

그렇게 조금 쉬다가 다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그런데 또 마산을 지날 즈음, 문득 귀산에 안 간 지도 꽤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즉흥적으로 움직인 하루였다.
출발할 때도 목적지가 확실하지 않았고, 중간에 한 번 바뀌고, 돌아오는 길에 또 바뀌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흐름이 전혀 어수선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계획 없이 움직였기 때문에 더 자유롭고 편안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방향을 틀었다.
귀산 쪽으로 넘어가 잠깐 쉬고, 편의점에서 미리 사뒀던 커피를 홀짝이며 하루를 조금 더 천천히 정리했다.
대단한 코스를 돈 것도 아니고,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런 소소한 흐름들이 오히려 이날 라이딩을 더 만족스럽게 만들어줬다.
오랜만에 다시 바이크를 끌고 나와 생각나는 대로 달리고, 쉬고, 또 움직이는 하루.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차가 막혀도 나쁘지 않았던 마무리

다만 아쉬운 건, 하필 차가 가장 많을 시간대와 겹쳤다는 점이었다.
부산 안으로 들어와서는 생각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시내에서만 한 시간 가까이 보낸 것 같은데, 그때는 솔직히 조금 지치기도 했다.
시원하게 달리던 기분이 도심 정체 속에서 조금씩 식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 시간마저 포함해서 생각해보면, 오랜만에 다시 ‘바이크 타는 하루’를 제대로 보냈다는 기분이 들었다.
 
겨울 동안 멈춰 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이렇게 다시 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아직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전이라 라이딩하기에는 딱 좋은 시기이기도 하고, 아마 당분간은 틈만 나면 계속 타고 다니게 될 것 같다.
멀리 어디를 가야만 좋은 라이딩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이날 다시 한번 느꼈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출발해도 좋고, 가는 길에 마음이 끌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도 좋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멀리 갔느냐보다, 그날 내가 얼마나 기분 좋게 달렸느냐인 것 같다.
 
오랜만에 다시 시동을 걸고 바람을 맞으며 달렸던 하루.
딱히 거창한 한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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