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상도 스탬프투어 도장 찍을 곳이 이제 딱 두 군데 남아 있었는데, 문제는 그게 하필 포항이었다.
언제 가지, 언제 가지 하면서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이러다 다음 달로 넘어갈 것 같아서, 결국 비가 오든 말든 그냥 출발했다.

양산-통도사 사이 편의점 앞
여기까지 오는 동안은 비도 안 왔고, 날씨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래서 “어? 오늘은 안 오나?” 싶어서 헬멧까지 쓰고 있는데 그 순간 바로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잠깐 소나기처럼 지나가는 수준이긴 했지만, 그 짧은 사이에 이미 쫄딱 젖어버렸다.
이날은 시작부터 기분이 좀 묘했다.

포항 들어갈 즈음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해병대 배지도 보이고, 괜히 포항답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었다.
포항은 갈 때마다 “아, 여긴 진짜 포항이구나” 싶은 식별 포인트가 있는 편이다.

도착해서 헬멧 벗고 하늘을 보니까, 날이 조금 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원래는 스탬프만 찍고 바로 나올 생각이었는데, 그냥 여기서 밥까지 해결하고 가기로 했다.
근데 막상 들어가 보니 분위기가 너무 한산했다.
사장님 말씀으로는 오전에만 조금 왔다가 그 이후엔 지인들만 오고 있었다고 하셨다.

아무튼 질질 끌던 포항도 드디어 끝.
이날은 도장 하나 찍으러 온 거지만, 그 하나 때문에 계속 미루던 걸 생각하면 꽤 속 시원한 순간이었다.


기념품으로 받은 키링
스탬프투어에서 1, 2, 3등 경품 같은 건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였는데,
사실 내가 제일 갖고 싶었던 건 저 키링이었다.
결국 그런 건 거창한 경품보다, 직접 다 찍고 나서 손에 남는 작은 물건이 더 오래간다.

그리고 이때는 아침도 안 먹고, 점심도 안 먹고 움직인 상태였다.
너무 배고파서 “라면에 밥 정도겠지” 하고 시켰는데,
막상 나온 건 두 그릇이었다.
순간 좀 웃겼지만 어쨌든 다 먹었다.
배고플 때는 그냥 나온 대로 먹게 된다.
다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사장님이랑 이런저런 얘기도 좀 하다가
담배 피우려고 밖에 나왔는데 또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복귀하려고 급하게 준비하면서도 느낌이 좀 안 좋았다.
이게 소나기처럼 잠깐 오고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대체로 잘 맞는다.

결국 아니나 다를까,
포항에서 경주 초입까지는 계속 비를 맞고 내려왔다.
경주 시내 들어오니까 잠깐 멈췄다가, 또 경주를 벗어나자마자 다시 쏟아졌다.
양산 중간쯤 와서야 갑자기 날씨가 바뀌더니 맑아졌고, 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
진짜 종잡을 수 없는 날씨였다. (


비 맞을 건 어느 정도 각오하고 나오긴 했는데,
문제는 그 비가 그냥 비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황사비가 섞이니까 바이크 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해졌다.
그걸 보고 있자니 또 세차를 해야 하나 싶은데, 이번 주도 계속 비 소식이 있어서 그냥 먼지만 한 번 쓱 닦고 말아야겠다 싶었다.

근데 또 시간은 아직 있었고,
하늘도 개고 있었고,
그냥 바로 집에 들어가긴 아쉬웠다.
그래서 재오픈했다는 포키포키, 아니 지금 이름으로는 슈퍼마켓 쪽으로 한 번 더 가보기로 했다.



도착해서 보니 예전 포키포키 때랑은 꽤 달라져 있었다.
매장명도 바뀌었고, 사장님도 바뀐 것 같았고, 실내 인테리어도 거의 싹 바뀌어 있었다.
전보다 훨씬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었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조금 더 정돈돼 있었다.
단톡방에 올 사람 있냐고 물어보니 두 명 정도가 온다고 해서,
같이 커피만 한 잔 하고 각자 복귀하기로 했다.
딱 거기까지는 그냥 무난했다.
문제는 돌아가는 길이었다.
교차로에서 뜬금없는 암살자 하나가 등장했다.
교차로에서 차선 좀 바꾸지 마세요들 진짜…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는 편인데,
이번 건은 진짜 선 넘었다 싶어서 바로 경찰서에 제보했다.
실제로도 선을 넘었고.
업보는 달게 받으세요.
아무튼 여러모로 정신없었던 하루였지만, 포항 스탬프도 끝냈고, 비도 맞을 만큼 맞았고, 중간에 슈퍼마켓까지 한 번 더 들렀다가 결론적으로는 포항바리 무복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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