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부터 4일까지 연차를 써둬서, 오랜만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딱히 꼭 해야 할 일도 없었고, 그냥 집에 있기엔 심심해서 밖으로 나왔다.
월급 들어온 것도 확인했겠다, 겸사겸사 시가나 좀 사러 갈까 싶어서 나온 게 시작이었다.
카카오지도에는 잘 안 뜨는 것 같았는데,
어쨌든 시가릴로 20개짜리 5만 원짜리 하나랑, 말아 태우는 담배 한 세트를 사고 나니 또 어디로 갈지가 애매해졌다.

결국 밥 먹으면서 다음 목적지는 천왕재로 정했다.



천왕재 거의 바로 앞까지 와서는 잠시 세워두고 한 컷 찍었다.
이쯤 되면 거의 도착한 거나 다름없는데, 막상 그 순간에도 쉬는 타이밍이 필요해진다.
이날은 같이 달리던 바이크들 속도감 차이도 꽤 느껴졌는데, 솔직히 G310R로는 R3 따라가기도 벅차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원래는 천왕재에 잠깐 세워두고 서로 사진도 찍고 조금 더 여유 있게 쉬기로 했었다.
근데 달리다 보니 흐름이 꼬였는지, 정신 차려보니 이미 내려와 있었다.
결국 그건 그냥 패스.



그렇게 다시 촌티카페로 향했다.
생각해보면 여기는 생각보다 자주 오게 되는 곳이다.
일부러 자주 가야지 하고 찾는 곳은 아닌데, 한 번씩 코스를 짜다 보면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이날은 시그니처 메뉴라고 적혀 있는 걸 시켜봤는데,
정작 음료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해골컵이었다.
보자마자 조금 당황하긴 했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크로플이랑 커피도 맛있게 먹고 있으니,
지인이 갑자기 R6 렌트하러 간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그냥 헤어지기엔 아쉬워서, 결국 나도 같이 가보기로 했다.

정말, R6는 언제 봐도 R6다.
사진으로 봐도 그렇고 실제로 봐도 그렇고, 존재감이 확실히 있다.
잠깐 한 바퀴 타봤는데, 앉지도 못했다.
골반에 쥐났다.
진짜로.
딱 짧게만 타봤는데도 몸이 바로 반응할 정도였다.
그 순간 확실히 알았다.
나는 역시 R차랑은 인연이 아닌 것 같다.

그 뒤로는 대충 9~10대 정도가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딱히 어디를 더 멀리 간 것도 아닌데, 사람 수가 많아지니 분위기가 또 달라진다.
그렇게 한참 떠들다가 무사히 복귀했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꽤 멀리 다녀온 하루였다.
특히 천왕재 내려와서 촌티카페로 가는 길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길이 정말 잘 뚫려 있어서 거의 고속도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 정도면 굳이 전용도로를 따로 만들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막상 하루를 정리해보면
시가 사러 나왔다가, 지인 만나 밥 먹고, 천왕재 갔다가, 촌티카페 들르고, R6까지 타보고, 여러 대 모여서 떠들다 들어온 날이었다.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또 이런 날이 지나고 보면 더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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