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화력발전소 찍고 사천대교까지 다녀온 일요일 라이딩
12시간을 자고 일어난 일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문득 하동 고하버거에 가기로 했던 게 생각났다.
전날 푹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몸은 가벼웠는데,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도 일단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부랴부랴 씻고 챙겨서 집을 나섰다.
아무리 생각해도 3시간은 걸릴 것 같은 거리였는데, 네이버지도에서 검색해 보니 2시간 정도로 나왔다.
속으로는 ‘그럴 리가 없는데…’ 싶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조금 여유 있게 준비하고 출발하면 되겠지 싶었다.
그런데 막상 출발하려고 카카오내비를 켜보니 역시나 3시간이 찍혔다.
그제야 ‘역시 그렇지’ 싶었고, 일단 늦는다고 연락부터 해놓고 후다닥 달려갔다.
이런 건 꼭 마지막 순간에 현실을 알려준다.



그렇게 도착은 했는데, 막상 가보니 배가 딱히 고프지 않았다.
원래는 고하버거를 먹으러 가는 게 목적 중 하나였는데, 먹는 쪽으로는 마음이 잘 안 갔다.
결국 버거는 먹지 않고, 바로 화력발전소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물론 발전소 바로 앞까지 간 건 아니고, 좀 떨어진 곳에서 보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목적지는 목적지였다.

폰으로 별생각 없이 찍은 사진이었는데, 구름 사이로 햇볕이 딱 들어오는 순간이 있었다.
그 장면이 생각보다 꽤 괜찮게 남았다.
일부러 노리고 찍은 것도 아닌데, 가끔은 그렇게 우연히 건지는 사진이 더 마음에 들 때가 있다.


바로 옆 갈대밭에서도 사진을 몇 장 찍으면서 잠깐 놀았다.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풍경이라 한동안 멈춰 서서 바람도 쐬고, 주변도 좀 둘러봤다.
이런 데서는 뭘 오래 하지 않아도 좋다.
잠깐 서 있기만 해도 그날 분위기가 충분히 남는다.
그러다 근처에 예전 고속도로였던 길이 지금은 일반 국도가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그쪽으로도 가봤다.
가보니 꽤 신기했다.
왕복 2차선에 길은 구불구불한데, 분명 예전에는 고속도로였다고 하고, 바로 옆에는 오래된 집들도 붙어 있었다.
보통 생각하는 고속도로 이미지랑은 많이 달라서 괜히 더 재밌었다.
아마 다른 길이 새로 뚫리면서 자연스럽게 역할을 잃고 일반도로가 된 것 같았다.
이런 길은 그냥 달리는 것보다, ‘예전엔 어땠을까’ 같은 생각을 하면서 지나가게 된다.

원래 왔던 길 그대로 돌아가기에는 뭔가 조금 아쉬웠다.
지도를 보니 사천대교도 생각보다 가까운 것 같아서, 그대로 그쪽으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바로 집에 들어가기도 아쉬운 날이었고, 이런 즉흥적인 방향 전환도 라이딩에서는 꽤 중요한 재미다.
달리다 보니 고프로를 안 들고 온 게 진짜 후회될 정도로 예쁜 길이 많았다.
사진 몇 장으로는 다 담기지 않을 만큼 시원하고 좋은 구간들이 계속 이어졌는데, 막상 기록할 장비가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눈으로는 분명 잘 봤는데, 남겨둘 방법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특히 섬진강변 따라 올라가는 길이 그렇게 예쁘다고 하던데, 이날은 거기까지 깊게 들어가 보진 못했다.
그래도 방향을 잡아보니 왜 사람들이 그 코스를 많이 이야기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다음에 봄이 더 깊어졌을 때는, 하동을 들렀다가 섬진강 따라 구례 쪽으로 올라가는 코스도 한 번 제대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이날은 그냥 지나치듯 다녀온 느낌에 가까웠지만, 오히려 그래서 다음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더 남았다.
하동 화력발전소를 보러 갔다가, 갈대밭에 멈춰 서고, 예전 고속도로를 지나고, 사천대교 쪽으로 방향을 틀었던 일요일.
딱 한 곳만 보고 온 날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라이딩답게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