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요일, 299 라이더카페까지
나른한 일요일이었다.
딱히 어디를 꼭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려니 너무 심심했다.
나가기도 귀찮고, 안 나가자니 더 심심하고.
그렇게 한참 애매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또 시동을 걸었다.
이럴 때는 늘 비슷하다.
고민은 길어도 결론은 결국 바이크다.

겨우 부산을 빠져나오고 나서, 양산 쪽 편의점에 잠깐 세웠다.
생각해 보면 여기에는 꽤 자주 들르는 것 같다.
일부러 정해둔 건 아닌데, 막상 달리다 보면 늘 이쯤에서 한 번 쉬고 싶어진다.
익숙한 휴게 포인트 같은 느낌이다.
잠깐 숨 돌리고 다시 출발해서, 오랜만에 299 라이더카페로 향했다.



정말 오랜만에 오는 곳이라 그런지, 도착하자마자 괜히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자주 오던 곳도 한동안 안 오다가 다시 가면, 익숙한데 또 조금 새롭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이 있다.
이날의 299가 딱 그랬다.

도착한 시간은 대략 5시 20분쯤.
사진 한 장 찍고, 커피도 한 잔 홀짝이면서 그냥 멍하니 쉬고 있었다.
딱히 뭘 하려던 건 아니고, 그냥 그 공간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았다.
그런데 갑자기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씩 다 나가버렸다.
순간 설마 마감인가 싶었는데, 그 설마가 진짜였다.
이상하게 이런 날은 타이밍도 꼭 그렇게 맞는다.
오랜만에 왔는데 오래 있지도 못하고, 커피 한 잔 겨우 마실 정도의 시간만 남아 있었던 셈이다.
조금 허무하긴 했지만, 또 이런 날도 있다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경주휴게소에도 잠깐 들렀다.
기름도 넣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겸사겸사 몸도 한 번 쉬어갔다.
그러다 출출해서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찰보리빵을 팔고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바로 하나 집었다.
휴게소나 편의점에서는 꼭 이렇게 예상 못 한 걸 하나씩 사게 된다. 막 대단한 건 아닌데, 이상하게 그런 게 또 꽤 만족스럽다.
크게 특별한 걸 한 날은 아니었다.
그냥 심심해서 나갔고, 늘 쉬던 편의점에 들렀고, 오랜만에 299에 갔다가 생각보다 빨리 마감하는 걸 보고,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까지 들렀다.
그런데 또 그런 날이 있다.
멀리 갔다 왔다는 것보다, 그냥 바이크 타고 바람 쐬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한 날.
다만 날씨를 생각하면, 이제 더 추워지기 시작하면 장거리는 조금 쉬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을 끝자락이나 초겨울쯤의 공기는 분명 좋긴 한데, 막상 오래 타고나면 몸이 먼저 계절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도 이날처럼 애매하게 심심한 날, 결국 또 바이크를 타고 나가게 되는 걸 보면
쉽게 쉬지는 못할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