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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휴카페 들렀다가 라제통문, 그리고 길어진 복귀길

레스트드롭 2024. 5. 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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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카페라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몇 번 들었지만, 직접 가볼 기회는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는 더 미루지 말고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 들어,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출발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마산 쪽에 들어서자 차가 거의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막혀 있었고, 날씨까지 덥다 보니 가만히 서 있는 시간 자체가 꽤 힘들게 느껴졌다.
답답한 마음에 결국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던 길은 무시하고 경남대 뒤쪽 도로로 빠져나왔는데, 그쪽도 상황이 아주 낫지는 않았다.
정말 잠깐만 더 갇혀 있었어도 지쳐버렸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진동 이마트 24 편의점에서 잠시 멈춰 숨을 돌렸다.
시원한 음료를 하나 마시고 나니 그제야 다시 움직일 마음이 생겼다.
그 뒤로는 중간에 크게 쉬지 않고 거의 계속 달렸는데, 예전 같았으면 한두 번은 더 멈췄을 거리도 이제는 어느 정도 한 번에 이어갈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런 걸 보면 확실히 예전보다는 장거리에 익숙해진 느낌이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무주의 휴카페였다.
내부 사진은 따로 찍지 못했지만, 잠깐 머무는 동안에도 이곳 분위기가 어떤 곳인지는 충분히 느껴졌다.
단골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고 있었고, 카페 전체에도 이미 익숙한 사람들의 흐름 같은 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잠깐 앉아 있으면서도 어딘가 나는 외부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불편했다기보다는, 그만큼 이 공간이 이미 자기 색이 확실한 곳처럼 보였다는 쪽에 더 가까웠다.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잠깐 쉬다가, 바로 옆에 라제통문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쪽으로 향했다.
가까이에 있다면 그냥 지나치기엔 조금 아쉬운 곳이었다.


라제통문

라제통문은 이름부터 워낙 익숙해서, 막연히 훨씬 더 크고 인상적인 장소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무주 구천동 33경 가운데 첫 번째로 꼽히는 곳이고, 이름 그대로 신라와 백제의 경계와 관련된 의미를 지닌 장소로 알려져 있다.
지금 보이는 돌문 형태는 절벽을 뚫어 길을 만든 것으로, 오래전부터 이 지역을 오가던 사람들이 지나던 길목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단출했다.
사진에 보이는 풍경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였고, 뭔가 더 이어질 것 같은 기대와는 달리 의외로 짧고 조용한 인상이 남았다.
그래서 몇 번쯤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며 안쪽을 들여다보고, 사진도 찍고, 잠깐 서서 둘러보다가 다음엔 어디로 갈지 다시 고민하게 됐다.

그러다 문득 경주에 가서 황남빵을 사 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뜬금없긴 했지만, 라이딩하다 보면 그런 즉흥적인 방향 전환이 의외로 자연스럽다.
결국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경주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달려왔던 탓인지, 경주 초입에 들어설 즈음에는 몸이 확실히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같은 자세로 몇 시간을 계속 앉아 있었더니 다리도 무겁고, 집중력도 조금씩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연료도 거의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고, 체력도 같이 줄어든 상태였다.

돌아보면 마산에서 한 시간 가까이 차 속에 갇혀 있던 것부터 이미 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써버린 셈이었다.
경주 시내 안쪽까지 더 들어가면 또 한참 묶일 것 같은 느낌이 강해서, 황남빵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그대로 부산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 순간에는 뭘 하나 더 하고 오는 것보다 무리하지 않고 내려가는 쪽이 훨씬 중요하게 느껴졌다.


계속 달려 구포 근처까지 왔을 때는 결국 한 번 더 쉬어갈 수밖에 없었다.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고, 여기서부터는 또 익숙한 정체 구간이 기다리고 있겠구나 싶어 괜히 더 지쳤다.
잠시 멈춰 서서 오늘 얼마나 달렸는지 구글맵으로 확인해 봤더니 대략 400km 정도로 나왔다.
그런데 체감상 피로는 그보다 훨씬 크게 느껴졌다.
이 정도 거리로 이렇게 힘들 리가 있나 싶었지만, 일단은 집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출발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구글맵 기록이 바로 반영되는 방식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실제 주행거리를 다시 확인하고 나서야 왜 그렇게까지 힘들었는지가 조금 이해됐다.
‘아, 이 정도면 힘들 만했구나.’
그제야 괜히 몸 상태가 설명되는 느낌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이름도 잘 모르는 호수 둘레길 같은 구간을 지나왔는데, 그 풍경이 생각보다 꽤 인상적이었다.
길 옆으로 펼쳐진 호수는 맑고 넓었고, 그날의 빛까지 더해지니 잠깐 스쳐 지나가는 장면치고는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이런 풍경은 꼭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나온다.
고프로 고정 마운트만 제대로 있었어도 영상을 남길 수 있었을 텐데, 그걸 담지 못한 게 유난히 아쉬웠다.

결국 이날은 단순히 휴카페를 다녀오는 일정으로 끝나지 않았다.
휴카페를 들렀다가 라제통문으로 향했고, 다시 경주까지 갈 생각으로 달렸다가, 결국 방향을 틀어 거의 경남을 크게 한 바퀴 돌아온 날이 됐다.
처음 출발할 때만 해도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지만, 지나고 나면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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