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은 접었지만 결국 피트인카페, 봉하마을까지 다녀온 날
토요일, 2024년 4월 12일.
오전 10시쯤 일어나서 조금 서둘러 캠핑 짐부터 챙겼다. 이
날은 원래 홍진데이 행사도 들렀다가 캠핑까지 이어서 가는 일정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작부터 묘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짐을 챙겨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 뒤, 어떻게 묶어야 할지 한참 고민하다가 일단 올려놓고 보자는 생각으로 하나씩 얹어봤다.

근데 문제는,
내가 앉을 자리가 없었다.
억지로 비집고 앉아보긴 했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왔다.
짐을 줄이자니 애매하고, 그렇다고 이 상태로 출발하는 건 무리였다.
생각해보면 시시바만 떼도 짐 싣는 데는 큰 문제 없을 것 같고, 사이드 브라켓이랑 가방 하나 더 사면 해결될 것 같긴 한데…
또 지갑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와중에 뒷타이어 공기압도 거의 다 빠져 있었다.
급한 대로 공기라도 넣으려고 펌프를 꺼냈더니, 이번엔 펌프가 완전 방전 상태였다.
여기까지 오면 그냥 되는 일이 없는 날이다 싶었다.
결국 캠핑은 포기했다.
그때는 꽤 허무했지만, 억지로 출발했다가 더 꼬이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었다.

근데 또 그렇게 집으로 완전히 들어가기는 싫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홍진데이 들렀다가 캠핑장에 도착했다는 얘기를 듣고 있으니, 가만히 있기엔 괜히 더 근질근질했다.
그래서 결국 캠핑 장비는 두고, 몸만 캠핑장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저녁 6시쯤이었다.
딱 밥 먹을 시간이라 다들 준비를 거의 끝내놓은 상태였는데, 내 몫까지 음식도 다 챙겨놨다고 하더라.
그 얘기 듣는 순간 진짜 미안해서 죽는 줄 알았다.
나는 캠핑도 못 가고 어정쩡하게 늦게 합류한 건데, 거기 내 자리까지 만들어둔 셈이니 더 그랬다.

이제는 제법 자주 보는 고추잡채.
근데 이건 진짜 언제 먹어도 맛있다.
이런 음식은 몇 번을 먹어도 괜히 또 젓가락이 간다. 그렇게 정신없이 먹고 나니 그제야 좀 마음이 놓였다.
원래는 밥만 먹고 바로 집에 갈까도 생각했다.
어차피 캠핑도 못 하게 됐고, 이날은 그냥 여기까지 하고 들어가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홍진데이 행사하던 피트인카페 쪽으로 간다고 해서, 결국 나도 거기로 같이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기름이 거의 다 떨어져서 주유를 한 번 했는데,
이럴 때마다 연비 하나는 진짜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피트인카페 쪽에 도착했는데, 처음엔 아무도 안 와 있어서 조금 당황했다.
내가 너무 빨리 왔나 싶었는데, 한 20분 정도 지나니까 하나둘씩 다 도착했다.
그런데 또 막상 행사장 쪽으로 가보려고 하니 이미 마감.
아니, 그럼 난 왜 왔냐고ㅋㅋ
행사까지 제대로 봤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끝난 걸 어쩔 수는 없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이렇게 여러 대가 우르르 모인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꽤 괜찮았다.

커피 한잔 마시고 그대로 바로 출발하려다가,
이렇게 모인 것도 진짜 오랜만인데 그냥 헤어지긴 좀 아깝다는 얘기가 나왔다.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조금만 더 있다 가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렀고 결국 바로 옆 봉하마을로 향했다.


생각해보면 저 정도로 한꺼번에 모인 게 거의 2년 만인가 싶다.
한동안은 다들 일정도 잘 안 맞고, 예전처럼 우르르 모이는 일도 줄어들었는데 이날은 오랜만에 그 느낌이 조금 살아났다.
그래서인지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그냥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았다.
이날 집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1시가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엔 캠핑 가려다가 짐도 못 싣고, 공기압도 빠지고, 펌프도 방전되고, 되는 일 하나 없는 날인가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또 그렇게 끝나진 않았다.
캠핑은 못 했지만 결국 사람들 만나서 밥도 먹고, 피트인카페도 들렀다가, 봉하마을까지 찍고 들어왔으니 나름 하루를 길게 쓰긴 했다.
다만 그 여파는 그대로 남아서,
일요일은 진짜 너무 피곤해서 집에서 조용히 쉬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게 제일 잘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