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모토라드 다녀오던 길, 아직은 괜찮았던 벚꽃 라이딩
토요일에 일찍 잠들어서였을까.
4월 7일 일요일 아침에는 생각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씻으면서 정신을 좀 차리고, 몇 시쯤 나갈까 하다가 오전 10시쯤 집에서 나와 카페 모토라드로 향했다.
원래는 그냥 익숙한 코스로 가볍게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중간에 이것저것 섞이면서 하루가 꽤 길어졌다.
출발 전에 먼저 바이크런으로 들렀다.
헬멧 시착용으로 받았던 바라클라바를 계속 쓰고 있었는데, 쓸 때마다 너무 불편해서 이번엔 그냥 하나 사기로 했다.
쫀쫀한 걸 찾는다고 하니까 여름용 Hufs 제품이 그렇게 쫀쫀하다고 하더라.
막상 써보니 코 쪽이 조금 눌리는 느낌은 있었는데, 이 정도는 쓰다 보면 적응하겠지 싶어서 그냥 2만 원에 바로 샀다.
이런 건 오래 고민해 봤자 결국 다시 사러 오게 된다.
그렇게 바이크런을 들렀다가 진해터널-마산-창원교도소-함안 방향으로 쭉 진행했다.
늘 가던 길로 갈 수도 있었는데, 이날은 괜히 다른 길로 한 번 가보고 싶어서 중간에 방향을 틀었다.
익숙한 길은 편하긴 해도 가끔은 좀 지루할 때가 있다.



그랬더니 처음 보는 구조물이 하나 나왔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마침 슬슬 쉬어갈 타이밍이기도 했고 저게 뭔지 궁금하기도 해서 잠깐 세워두고 둘러봤다.
낙동강 유역 근처를 다니다 보면 이런 식으로 이름 모를 시설물이나 전망 포인트 같은 곳을 한 번씩 만나게 되는데, 생각해 보면 그것들만 따로 찾아다녀도 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이크 쪽으로 다시 걸어가고 있는데 관리인으로 보이는 분이 어떻게 오셨냐고 물어보셨다.
지나가다가 뭐가 있어서 그냥 들어와 봤다고 했더니, 지나가는 라이더들은 많이 봤어도 여기까지 들어오는 라이더는 처음 본다고 하셨다. 듣고 보니 괜히 더 웃겼다.
그렇게 다시 모토라드로 향해 달리기 시작했는데, 처음 지나는 길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길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속도도 자연스럽게 덜 나왔고, 무엇보다 아직 꽤 남아 있던 벚꽃을 보면서 달리다 보니 자꾸 시선이 가서 생각보다 흐름이 느려졌다.


비슷한 풍경이 정말 자주 나왔다.
길가, 산 밑, 굽이도는 도로 옆으로 벚꽃이 이어지는 구간이 계속 나왔는데, 아래쪽 벚꽃은 많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산 안쪽이나 조금 높은 쪽에 있는 꽃들은 이제 막 떨어지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딱 벚꽃 시즌 끝자락에 겨우 걸쳐 있는 풍경 같았다.
그때는 고프로로 찍은 영상으로 나중에 보면 되겠지 싶어서 사진을 많이 안 찍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쉽다.
눈으로 봤던 분위기가 꽤 괜찮았던 날은 이상하게 꼭 사진을 덜 찍게 된다.


그렇게 도착한 카페 모토라드.
역시나 주말답게 주차장은 거의 가득 차 있었다. 여긴 올 때마다 사람도 많고, 바이크도 많고, 자동차도 많아서 나는 늘 구석 쪽으로 빠지는 편이다.
복잡한 한가운데 세워두는 것보다 마음이 훨씬 편하다.

근데 이날은 그 구석조차도 자리가 거의 없어서, 컴프레셔가 있는 쪽 근처에 일단 세워뒀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사람 구경도 하고, 바이크 구경도 하고, 그렇게 좀 쉬고 있으니 저번 주에 못 갔던 촌티카페나 들러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슬슬 출발하려고 바이크 옆 그늘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골드윙 한 대가 공기압이 부족한지 체크를 하고 있었다.
컴프레셔 호스를 끌고 와서 앞바퀴, 뒷바퀴를 확인하던 중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바로 옆에 붙어 있던 내 바이크가 거슬렸는지 아무렇지 않게 내 바이크를 옮겨버렸다.
순간 뇌정지가 왔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자기 바이크 점검을 다 끝내더니, 뒤로 밀어둔 내 바이크는 그대로 둔 채 그냥 타고 가버렸다.

바이크에 전화번호가 안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옆에 공간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당연하다는 듯이 남의 바이크를 옮기고 자기 것만 점검한 다음 그대로 가버리는 건 진짜 이해가 안 갔다. 따라가서 뭐라 할까 하다가 일행도 있는 것 같고, 괜히 더 커지면 피곤할 것 같아서 그냥 말았다.
그래도 남의 바이크 함부로 손대는 건 진짜 좀 아니지 않나 싶다.
기분이 좀 상하긴 했지만, 어쨌든 촌티카페 쪽으로 다시 출발했다.
그런데 남지로 향하는 도중부터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남지 입구 쪽부터 차가 엄청 밀리기 시작하더니, 보아하니 뭔가 축제 같은 걸 하는 모양이었다.
촌티카페에 도착해서 사장님이 얼굴을 기억하셨는지 보자마자 GS는요? 하고 물어보시는데, 그 말 듣는 순간 괜히 또 마음이 좀 그랬다.
창원에서 오셨다는 라이더분이랑 잠깐 입토바이도 털고, 이제 슬슬 복귀하려고 하는데 사장님이 지금 나가시면 고생 좀 하실 거라고 하셨다.
왜지 싶어서 내비를 켜봤더니, 진짜 교통지옥이었다.

그래도 별일 있겠어 싶어서 일단 가봤는데,
평소 같으면 10분도 안 걸려서 빠져나갈 수 있는 구간을 거의 30~40분 가까이 걸려서 겨우 벗어났다.
어쩐지 출발 전에 보던 예상 도착 시간이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더 늘어나 있더라니, 이유가 다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날은 좋은 것도 많고 짜증 나는 것도 같이 있던 날이었다.
벚꽃은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아직 볼 만했고, 드라이브하는 기분도 좋았고, 커피도 마셨고, 맛있는 것도 먹었고, 오랜만에 입토바이도 털었다.
그런 쪽만 보면 꽤 괜찮은 하루였다.
근데 한편으로는 남의 물건을 아무렇지 않게 손대는 사람도 만났고,
축제 기간이라 차가 많은 건 이해해도 그 많은 차량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도로가 완전히 꼬여버린 것도 짜증이 났다.
좋은 장면이 많았던 날인데도, 그런 기억이 또 같이 남는 걸 보면 결국 하루라는 게 늘 한쪽으로만 흘러가진 않는 것 같다.

바이크를 가져온 지 3주 정도 된 것 같은데, 어느새 약 700km 정도를 탔다.
벚꽃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괜찮았던 봄날 라이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