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갔다가 촌티카페 들렀다가, 결국 새벽에 들어온 날
요즘 날씨가 진짜 이상하다.
평일엔 그렇게 쨍쨍하다가 꼭 주말만 되면 비가 온다.
이날도 토요일에 대구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딱 부산만 비가 왔다.
카메라 빌린 걸 반납하러 가야 해서 취소할 수도 없었고, 그냥 어이없다는 생각만 하면서 12시에 출발했다.

출발할 때 비는 쏟아진다기보단 흩뿌리는 정도였다.
그래서 그냥 맞으면서 나갔는데, 조금 가다 보니 점점 앞이 잘 안 보일 정도가 됐다.
근데 또 김해쯤 나오니까 거짓말처럼 딱 그쳤다.

진영 지나는 길에 편의점 들러서 대충 식사 대용으로 뭐 좀 먹고, 마실 것도 하나 챙겨서 다시 출발했다.

창녕쯤 지나니까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사진도 한 장 찍었다.
부산에서 출발할 때랑은 진짜 극과 극이었다.
나중에 사진 다시 보다가 발견한 건데, 근처에 오토바이 주행 위험도로 같은 표지가 붙어 있더라.
저런 걸 보면 늘 좀 이상하다.
법으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랑 2륜차를 구분해 놓고, 막상 이런 데선 그냥 전부 오토바이로 퉁치는 느낌이라 볼 때마다 좀 웃기다.

현풍 지나서 대구 들어가기 전에 특이한 길이 하나 보였다.
국도에서 바로 논공휴게소 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었는데, 아마 직원들 출퇴근용이나 관리용 통로인 것 같았다.
바이크를 타고 휴게소 안까지 들어갈 순 없어서 따로 분리된 공간에 주차해 두고 걸어서 들어갔다.
근데 바이크 장비를 그대로 입은 상태로 고속도로 휴게소를 돌아다니고 있으니 시선이 확실히 좀 모였다.
대구 들어가서는 카메라 먼저 반납하고, 커피 한잔 마시고 바로 빠져나올 생각이었다.
원래는 동대구 쪽으로 빠질까 했는데, 막상 가보니 시내 쪽이 벌써부터 너무 더웠다.
현풍 지날 때 외기온도는 22도였는데, 대구 시내 들어오니까 27도까지 올라갔다.
그 순간 “아, 올해 여름도 쉽지 않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그냥 왔던 길로 다시 내려오고 있었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촌티카페 가자고.
그래서 또 방향을 틀었다.

가다가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라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지도 다시 보니까 예전에 대구에서 일할 때 살던 동네였다.
심지어 예전에 살던 자취방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쯤 되는 교차로였다.
딱 떠오르더라.
아, 여긴 진짜 기억하고 싶지 않았는데.


촌티카페로 향하는 길 중간에는 좀 피곤해서 갓길에 잠깐 세웠다.
옆에도 길이 있길래 봤더니 고속도로였다.
어차피 내가 탈 수 있는 길도 아니고, 그냥 한 번 보다가 다시 출발했다.


촌티카페 도착해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있으니, 만나기로 한 친구도 도착했다.
그때 노든이었나 타고 계신 분이 보였는데, 등에 강아지를 업고 다니시더라.
인스타에서는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본 건 처음이라 좀 신기했다.
그렇게 촌티카페까지 찍고 나서는 창원으로 내려가서 장수촌 국밥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제 진짜 집에 가겠지 싶었는데, 김해쯤 와서 같은 팀 동생이 개러지 놀러 오라고 해서 또 방향을 틀었다.
가보니 바이크 단순 정비하고 있어서, 대충 이것저것 도와주고 슬슬 집에 가려는 타이밍이었다.
근데 거기서 또
“다대포 바람이나 쐬러 가자”
는 말이 나왔다.
나는 하루 종일 타고 왔는데도 결국 그대로 끌려갔다.
다대포까지 갔다가 이제는 진짜 집에 가야지 싶었는데, 이번엔 해운대에서 바린이가 도움 요청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건 또 못 지나친다.
결국 그쪽까지 가서 도와주고 나서야 집으로 들어왔다.
뉴비는 못 참지.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조금 넘었던 것 같다.
처음엔 그냥 대구 한번 다녀오는 일정이었는데,
결국 카메라 반납하고, 촌티카페 찍고, 저녁 먹고, 개러지 들르고, 다대포 갔다가, 해운대까지 찍고 들어온 하루가 됐다.

딱히 거창한 투어를 한 건 아닌데, 하루를 엄청 길게 써버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