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금곡교 모토캠핑, 바람 때문에 진 다 빠진 주말
토요일 아침에 눈 뜨자마자 제일 먼저 한 건 날씨 확인이었다.
맑음은 떠 있었는데, 미세먼지는 매우 나쁨에 강풍주의보까지 붙어 있었다.
갈까 말까 진짜 한 시간 정도 고민했다.
근데 이 캠핑을 일주일 내내 기다렸던 터라, 결국 그냥 가기로 했다.

도착해서는 바로 타프부터 쳤는데,
여기서부터 진짜 고생 시작이었다.

강풍 때문에 타프 메인 폴대에 연결해 둔 팩이 계속 뽑혀버렸다.
다시 박고, 다시 세우고, 또 무너지고.
이걸 2~3번 반복하다 보니 시계를 봤을 때 거의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어쩐지 주변 사람들 다 타프 없이 그냥 앉아 있더라.
괜히 다들 안 치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저번 달궁야영장에서도 돌풍 때문에 텐트가 한 번 무너졌어서,
그 뒤로 40cm 팩을 6개 주문해 둔 상태였는데 이번에 보니 그것도 모자랄 수 있겠다 싶었다.


텐트까지 다 치고 나니 그제야 좀 숨 돌릴 수 있었다.
잠깐 쉬고 있다가, 옆 사이트에 있던 친구 텐트도 같이 옮기고,
음식 가져오기로 한 친구는 좀 늦을 것 같다고 해서 그 사이 다른 사이트 텐트들 구경하러 한 바퀴 돌았다.

근데 지나갈 때마다 축 처져 있던 텐트 하나가 결국 무너져 있었다.
금곡교 쪽엔 장박 텐트가 4개 정도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노지에 장박 텐트를 저렇게 쳐놓고 자리 차지하고 있는 건 진짜 좀 아니다 싶었다.
무료로 쓰는 자리면서 자기들만 쓰려고 텐트부터 박아두고 사람도 없고,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아예 이용도 못 하는 건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건 좀 너무하다.

그렇게 한 바퀴 돌고 와서는 드디어 먹을 준비.
점심도 안 먹고 계속 몸 쓰고 있었더니 생각보다 훨씬 배가 고팠다.


결국 한참 동안 고기만 계속 먹었다.
진짜 두 시간 가까이 먹은 것 같았고, 나중엔 고기 먹다가 지칠 정도였다.
캠핑 가면 늘 배가 빨리 꺼지긴 하는데, 이날은 설치부터 너무 체력전을 해서 그런지 더 그랬다.

원래는 뒤쪽 산 능선까지 시원하게 보여야 하는 자리였는데,
이날은 전체적으로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풍경이 흐릿하게 보이는 걸 보니 미세먼지도 확실히 심한 날이긴 했다.

시계를 보니 아직 9시밖에 안 됐는데,
다들 춥고 피곤하다고 하나둘씩 먼저 들어가거나 사라져 버렸다.
여태 모캠 하면서 이렇게 빨리 정리된 건 처음이었다.
보통은 더 늦게까지 떠들고 놀다 들어가는데, 이날은 바람이랑 추위가 진짜 셌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같이 있던 친구 하나는 새벽에 너무 추워서 간다는 카톡만 남기고 먼저 집에 가버린 상태였다.
남은 친구랑 밥을 먹을지, 그냥 정리하고 갈지 고민하다가
1시쯤부터 비 온다는 예보를 보고 바로 접기로 했다.


짐 다시 싣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꾸역꾸역 넣고 묶고 하다 보니 정리하는 데만 대충 두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전날 무리했는지 온몸이 근육통처럼 뻐근해서, 짐 정리하는 것도 괜히 더 오래 걸렸다.

복귀할 때는 하늘이 슬슬 흐려지기 시작했지만,
비는 바로 쏟아질 것 같진 않아서 그냥 느긋하게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모닝 타시던 분이 창문 열고 손 흔들어주면서 따봉까지 날려주셨다.
갑자기 그런 인사를 받으니까 나도 얼떨결에 같이 인사하게 됐고, 그 상태로 웃으면서 복귀했다.
이번 캠핑은 바람 때문에 시작부터 진이 많이 빠졌고, 날씨도 썩 좋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엔 인상 쓰게 만드는 사람들은 딱히 없어서, 그 점만으로도 훨씬 낫게 느껴졌다.
날씨만 조금 더 괜찮았으면 진짜 더 좋았을 텐데, 그게 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