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혼자 돌아다닌 드라이브

집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갑자기 바람이나 쐬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혼자 어디로 갈지 한 시간 정도 검색하다가, 결국 바다가 보고 싶어서 다대포로 가기로 했다.

이날 생각해둔 경로는 대충 이랬다.
김해 → 다대포 → 김해
딱 그 정도만 생각해두고, 더 깊게 고민하지는 않고 바로 출발했다.
이때만 해도 그냥 잠깐 다녀오는 가벼운 드라이브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아직 내 바이크에는 액션캠이니 뭐니 그런 걸 달 생각조차 안 하고 있을 때였다.
솔직히 그때는 그런 데까지 돈 쓰는 게 좀 아깝게 느껴져서 아무것도 안 달아놨다.
그래서 결국 남은 건 도착해서 찍은 사진들뿐이다.
가는 길에 봤던 괜찮은 풍경들은 그냥 내 눈으로만 본 걸로.


다대포에 도착해서는 혼자 한참 멍하니 바다만 보고 있었다.
딱히 뭘 하러 간 것도 아니고, 그냥 바람 맞으면서 구경 좀 하다가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사 마시고 다시 집으로 출발했다.

돌아가는 길에 보니 오른쪽으로 빠지면 을숙도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괜히 “어?” 싶더니, 아무 생각 없이 여정에 그대로 추가됐다.
이럴 때 보면 혼자 다닐 때는 계획이라는 게 진짜 별 의미가 없다.
그냥 그때그때 눈에 들어오는 쪽으로 가게 된다.
근데 을숙도에 들어가 보니
스쿠터 타고 있는 커플,
그냥 걷고 있는 커플,
앉아 있는 커플…
하… 바로 나왔다.
괜히 오래 있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을숙도에서 나와서 다시 한참 잘 가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계기판을 봤더니, 분명 폰 내비에는 60이 찍히고 있는데 계기판 속도는 꿈쩍도 안 하고 있었다.
순간 당황해서 일단 구석에 세워놓고 사진부터 한 장 찍었다.
얼마 전에 연료 게이지도 제대로 안 나와서 수리했는데, 또 뭔가 손볼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오토바이 산 지 이제 두 달 정도밖에 안 됐는데, 참 고칠 곳도 많다.
오토바이 타고 드라이브할 때마다 125cc의 한계가 꽤 크게 느껴졌다.
시내나 짧은 거리에서는 괜찮은데, 조금만 멀리 가거나 도로 흐름이 빨라지면 아쉬운 순간이 계속 생겼다.
그래서 기변병도 꽤 심하게 오긴 한다.
근데 또 현실은 현실이라..
2종 소형도 아직 안 땄고, 돈도 없고..
그래도 그렇게 혼자 바다 보고, 을숙도까지 들렀다가, 계기판 이상까지 확인하고 돌아온 날이라 묘하게 기억에는 남아 있다.
그냥 가볍게 다녀오려고 나갔던 하루였는데, 혼자 다니는 바이크 드라이브의 맛이 뭔지 조금은 알게 됐던 날이기도 했다.
다음번에는 밀양 천왕재 쪽으로 한 번 가볼 생각이다.
매주 주말마다 가야지, 가야지 해놓고 정작 한 번도 안 갔는데…
이제는 진짜 한 번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