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세고 진짜 추웠던 지리산 달궁힐링야영장 모토캠핑
맨날 가까운 데만 다니다가, 이번엔 투어도 할 겸 캠핑도 할 겸 조금 멀리 가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지리산 달궁힐링야영장.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샤워시설도 있다고 해서, 한 번 가보기엔 괜찮겠다 싶었다.

출발 전에는 함양농협 하나로마트에 모여서 장부터 봤다.
바이크들끼리 우르르 모여 있는 모습이 꽤 웃겼는데, 다들 입 열자마자 하는 말은 똑같았다.
“오늘 바람 진짜 세다.”
실제로 그랬다.
횡풍이 꽤 심해서 달리다가 휘청일 정도였고, 몸으로 바로 느껴질 정도였다.
출발할 때부터 바람이 제일 신경 쓰였다.

장을 보고 나니 대략 25만 원 정도가 나왔다.
근데 마트 점장님이 오셔서 재밌게 놀다 오라면서 키친타월 두 봉을 주고 가셨다.
그 순간은 고맙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걸 대체 어떻게 다 들고 가나 싶었다.

다행히 박스 달린 바이크가 워낙 많아서, 그 많은 짐도 어떻게든 다 실렸다.
이럴 때 보면 박스 많은 바이크들이 진짜 든든하다.
근데 달궁계곡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아직 벚꽃이 남아 있는 걸 보니까, 괜히 그때부터 조금 불안했다.
날씨가 생각보다 더 요란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캠핑장 도착해서는 각자 사이트에 텐트부터 피칭하고,
주변에 뭐가 있나 한 바퀴 둘러보고 왔다.
그런데 갑자기 돌풍이 한 번 불더니

내 텐트만 그대로 와르르 무너졌다.
내 억장도 같이 와르르.
심지어 안쪽 세팅까지 다 해놨던 상태였는데 그대로 다시 접고 고쳐야 했다.
그날 이후로는 긴 팩을 박아야 하는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됐다.

저녁 준비하다가 너무 배고파서 일단 소시지부터 꺼내 구웠다.
그날은 아침도 점심도 제대로 안 먹고 움직인 상태라, 그냥 소시지인데도 엄청 맛있었다.
캠핑 가면 배고픈 상태에서 제일 먼저 먹는 음식이 제일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그 뒤로는 고기 한 판, 부대찌개 한 판.
해가 떨어지니까 갑자기 날이 확 추워져서 결국 불 피우는 쪽으로 다들 옮겨 붙었다.

사진만 봐도 추웠던 게 느껴질 정도였다.
진짜 전부 모닥불 앞에만 모여서 “따뜻하다”는 말만 계속하고 있었다.
그날 밤은 분위기보다 추위가 훨씬 강했다.

그리고 고추잡채.
솔직히 언제부터 고추잡채가 캠핑요리였는지는 모르겠는데,
막상 먹어보니 술 부르는 맛이었다.
고기나 부대찌개는 다들 너무 배고파서 먹기만 하느라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다.
그렇게 먹고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11시쯤.
근데 그때는 진짜 밖에 더 있을 수가 없었다.
너무 추워서 그냥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벌벌 떨면서 누웠다.

발이 너무 시려서 히팅캡을 발 근처에 두고 있었는데,
막상 따뜻해지니까 또 끄기 귀찮았다.

텐트 안은 생각보다 넓은 편이었다.
근데 결로가 진짜 심했다.
하룻밤 자고 나면 안쪽 상태가 딱 보이는데, 그건 확실히 좀 아쉬웠다.
그렇게 첫째 날이 끝났다.


새벽에는 너무 추워서 침낭 안으로 거의 파묻히듯이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바깥을 둘러보니 까마귀들이 우리가 먹다 남긴 것들을 쪼아 먹고 있었다.
그 국물 다 졸아서 엄청 짰을 텐데, 잘도 먹더라.
멍하니 좀 앉아 있다가 퇴실 시간도 보고,
어차피 밥은 먹고 가야 하니까 다시 요리 시작.



이번엔 짬뽕을 끓였다.
이쯤 되면 캠핑장에서 못할 음식이 없는 것 같다.
짬뽕 한 번 끓이고, 남은 재료랑 밥까지 다 넣어서 죽처럼 먹었는데 그것도 꽤 괜찮았다.
아침에 뜨끈한 거 먹으니까 그제야 몸이 좀 풀렸다.



전날 못 내려가본 계곡도 한 번 내려가봤다.
물가 가까이까지 갔다가 사진 찍겠다고 좀 더 들어갔는데, 순간 빠질 뻔해서 혼자 웃었다.
결국 적당히 보고 나와서 정리부터 시작했다.


짐 다 싸고 나서는 단체사진도 한 장 찍고,
복귀 목적지는 삼랑진 도도이꾸로 잡고 출발했다.

도도이꾸에 도착했을 땐 다들 진짜 녹초가 되어 있었다.
갈 때는 그렇게 말도 많고 시끌시끌했는데, 돌아오는 길엔 다들 조용했다.
커피 한 잔씩 마시고 나서야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야영장 사이트 구조랑 가격표도 사진으로 남겨뒀다.
가격은 진짜 확실히 저렴한 편이었다.
그래서 초가을 전후로 한 번 더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풍철에도 괜찮을 것 같고, 여름에도 지리산 쪽이라 그래도 조금은 선선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할 점도 있었다.
여긴 국립공원 안쪽이라 전 구역 금연이다.
야영장 안에도 안내문이 꽤 붙어 있었고, 들어갈 때 관리하시는 분이 한 번 더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주차장에 리어카도 빌려줘서, 그걸 끌고 사이트까지 짐 옮겼다가 다시 반납하면 되는 구조였다.
거리는 분명 멀었다.
근데 가서 먹을 것도 잘 먹었고, 경치도 좋았고, 어쨌든 재밌게 놀다 왔다.
다음엔 바람만 조금 덜 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