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티카페 갔다가 다스글뤽까지, 중간에 사고도 있었던 날
원래는 11시까지 김해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근데 눈 떠보니 10시였다.
광안리에서 김해까지 가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리니, 그 순간부터 이미 좀 꼬인 느낌이 들었다.
어쩌지 싶었는데 다행인지 뭔지, 다른 사람들도 다들 늦잠을 자서 결국 12시에 출발하는 걸로 정리됐다.
이쯤 되면 약속시간은 그냥 참고용이다.

출발하고 나서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다들 늦긴 했어도 어쨌든 모였고, 날씨도 크게 문제없어서 그냥 무난하게 가는 흐름이었다.
그렇게 잘 가고 있었는데, 중간에 일이 터졌다.
일행 중 한 명이 조금 오버페이스로 돌다가 결국 넘어졌다.
CB500X를 타던 사람이었는데, 박스 쪽은 대미지를 꽤 먹었고 사람은 왼팔이 골절됐다.
넘어지면서 땅을 짚다가 그렇게 된 것 같았다.
그 순간에는 진짜 한순간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방금 전까지 그냥 라이딩하던 흐름이었는데, 그다음부터는 사고 수습 모드로 바로 넘어간다.
여차저차 119 부르고, 용달차 부르고, 교통 정리하고, 경찰분들 오셔서 조사까지 하고 가셨다.
이런 일은 익숙해지면 안 되는데, 이상하게 사고 처리하는 순서만 점점 빨라지는 것 같아서 그게 더 별로였다.
누가 뭘 하고, 어디에 연락하고,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게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그렇게 한바탕 정리가 끝나고 나니 다들 기운이 좀 빠진 상태였다.
그래도 그대로 흩어지기엔 좀 애매해서, 원래 가기로 했던 촌티카페까진 가서 잠깐 쉬기로 했다.
그때는 커피 한 잔 마시고 바로 복귀할 줄 알았다.


촌티카페에서 음료를 한 잔씩 마시고 나니까 조금은 진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사고가 한 번 나고 나면 괜히 다들 말수도 줄고 분위기도 가라앉는데, 그래도 카페에 앉아 있으니 그나마 좀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렇게 복귀할 분위기로 가고 있었는데, 누가 다스글뤽에 있는 스팀세차기 진짜 좋다는 얘기를 꺼냈고 결국 다음 목적지는 바로 거기로 바뀌었다.




다스글뤽에 도착해서는 진짜 정신없이 세차만 했다.
“잠깐 보고 갈까?” 수준이 아니었고, 막상 시작하니까 다들 꽤 진심이었다.
스팀세차기는 확실히 일반 물세차랑 또 느낌이 달라서, 라이딩하고 들어왔을 때 한 번 써보면 왜 좋다는 얘기가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특히 벌레나 먼지 같은 걸 정리할 때는 꽤 체감이 오는 편이라, 라이더카페 안에 이런 장비가 있다는 게 확실히 장점이다.
근데 그렇게 한참 닦고 있다 보니 정신이 없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정리하고 고개 들어보니 해가 거의 다 져 있었고, 카페 마감 시간도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다음에는 좀 더 일찍 와서 써야겠다”는 말만 남기고 정리했다.
처음엔 그냥 촌티카페 갔다가 다스글뤽까지 찍고 오는 가벼운 라이딩쯤으로 시작했는데,
중간에 사고가 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고, 그 뒤로는 복귀도 쉬는 것도 전부 애매한 상태로 흘러갔다.
그래도 마지막에 다스글뤽 들러서 잠깐 정리하고 수다도 떨고, 스팀세차기까지 써보고 나니 하루가 완전히 무겁게만 남진 않았다.
다만 하나는 확실했다.
라이딩은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여유 있게 타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날은 그걸 또 한 번 몸으로 배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