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드라이브

부산에서 서울까지, 다시 한 번 직접 올라가본 1박 2일

레스트드롭 2023. 3. 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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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부터 4일까지, 바이크 타고 서울까지 한 번 더 다녀왔다.
지금 타는 F850GSA를 원래 파주에서 직접 갖고 오긴 했는데, 그때는 너무 추워서 빨리 내려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덜 급하게, 서울까지 다시 제대로 한번 올라가 보자는 느낌으로 출발했다.
마침 날씨도 꽤 풀려 있어서 더 미룰 이유도 없었다.

출발 전에 주유하면서 내비를 보는 순간, 막막함이 슬슬 올라왔다.
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숫자로 찍히면 또 느낌이 다르다.
그래도 어차피 나온 거, 더 생각 안 하고 바로 출발했다.


초반에는 생각보다 크게 막히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가다 보니, 어느새 도도이꾸 카페 쪽으로 빠져 있었다.
길을 잘못 든 셈이긴 한데, 다행히 시간이 아주 많이 늘어나진 않았다.
이런 건 초반에나 웃고 넘기지, 뒤로 갈수록 한 번 잘못 들면 복구가 꽤 힘들어진다.


대구 옆 어디쯤에서는 잠깐 세워 쉬었다.
정확히 어딘지는 아직도 모르겠는데, 가는 동안 특별히 볼 것도 없고 방지턱만 계속 나와서 괜히 더 기억에 남는다.
장거리는 멋진 풍경보다도 이런 애매한 구간이 오히려 더 길게 느껴질 때가 많다.


김천 근처에선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졸음쉼터 나오자마자 바로 세웠다.
근데 나중에 보니 근처에 카페랑 뭐가 꽤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 알았으면 커피 한 잔이라도 하고 갈 걸 싶었다.
정말 쉬는 타이밍 하나도 아쉽다.


경기도 들어가기 직전이 마지막으로 편하게 쉬었던 구간이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큰 교통정체 없이 올라왔는데,
이제부터는 서울권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슬슬 긴장이 올라왔다.
앞으로 남은 거리보다, 그 거리 안에서 얼마나 막힐지가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올라오는 내내 내비에 보이던 빨간색 구간을 보고 있자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원래는 김포 쪽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갔다간 진짜 도로 위에서 다 쓸 것 같아서 도착지를 잠수교 쪽으로 수정했다.
서울 투어는 목적지보다도 진입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그렇게 1년 만에 다시 온 잠수교.
여긴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들어오는 건 해놨으면서 이륜차로 빠져나가는 동선은 참 애매하다.
갈 때마다 한 번씩 “왜 이렇게 만들어놨지” 싶어진다.

점심도 안 먹고 달려와서 먹은 게 한강라면.
계속 달려왔던 터라, 잠수교 도착하자마자 결국 한강라면부터 먹었다.
원래도 밖에서 먹는 라면은 맛있지만, 그날은 진짜 배고파서 더 맛있었다.
그냥 끼니 때우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회복용 식사에 가까웠다.

밥 다 먹고 바이크 옆에서 친구 기다리다가 헬멧을 떨어뜨렸는데,
하필 그 충격을 고프로가 다 먹어버렸다.
렌즈커버가 찍혀버렸고, 나중에 집에 와서 영상을 확인해 보니 그때부터 중앙에 찍힌 자국 때문에 쓸 만한 영상이 거의 하나도 없었다.
이런 건 꼭 그 자리에서는 별일 아닌 것 같다가, 나중에 정리할 때 더 아프게 다가온다.

그날도 바이크는 많이 보였다.
F850GSA가 커 보이긴 해도, 막상 R1200 GSA 옆에 세워두면 또 확실히 작아 보인다.
그런 거 보면 GS 계열은 같은 이름 안에서도 체급 차이가 분명하다 싶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도 있었고,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강 근처에서 한참 놀다가 슬슬 해산 분위기가 됐는데, 그냥 가기엔 또 조금 아쉬웠다.
그러다가 “흑석동 그 핫하다는 카페 한번 가봐야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왔고, 결국 바로 이동했다.


직접 가보니, 왜 소음이랑 담배 문제로 말이 나왔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가까우면 얼마나 가깝길래 했는데, 정말 건물 바로 뒤가 초등학교였다.
그 정도면 주변에서 민감하게 볼 만도 했다.
커피 한 잔만 가볍게 마시고, 더 오래 있진 않고 바로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에 들어가서 바로 자려다가도 또 아쉬웠다.
결국 숙소 앞에서 맥주 한 병씩 하고 들어갔는데, 몸이 피곤했던 건지 한 병 마시고도 거의 죽는 줄 알았다.
몸은 이미 하루 종일 서울까지 올라온 피로를 그대로 들고 있었던 상태였다.


다음 날은 서울에서 아침 일찍 빠져나와야 덜 고생한다고 해서,
눈뜨자마자 거의 바로 나왔다.
근데 그래도 강남은 강남이었다.
일찍 나와도 어림없이 막혔다.
서울은 시간 잘 잡는다고 다 해결되는 동네는 아닌 것 같다.

경기도 어딘가에서 첫 번째로 쉬었다.
화장실도 들르고, 마실 것도 좀 살 겸 들어갔는데 화장실이 없다고 해서 순간 좀 당황했다.
없을 리가 있나 싶었는데, 뭐 사정이 있었겠지 하고 그냥 다시 출발했다.


문경쯤에서도 한 번 쉬긴 했는데, 그 구간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
아마 예전에 파주에서 F850GSA를 갖고 내려올 때 가장 추웠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이번에도 거기선 그냥 화장실만 다녀오고 바로 나와버렸던 것 같다.

칠곡쯤 왔을 때 들렀던 편의점

칠곡쯤 와서는 확실히 피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뭔가 달달한 거나 씹을 거리가 필요해서 편의점에 잠깐 들렀는데, 그때부터가 진짜 “아직도 한참 남았구나” 싶어지는 구간이었다.
장거리 주행은 보통 마지막 30%쯤에서 갑자기 체감이 확 무거워진다.


여차저차 경주까지는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면 부산은 거의 다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문제는 또 기름이었다.
당연히 고급유 주유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그건 반대편 휴게소였다.
기름은 거의 없고, 어쩔 수 없으니 일반유 만 원어치만 넣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시동을 켜보니,
주행거리 2만 km를 찍고 있었다.
갖고 온 지 한 달 만에 2천 km를 타버린 셈이다.
숫자 보고 나니까 내가 요즘 얼마나 많이 타고 다니는지 새삼 실감이 났다.

그래도 부산에는 해가 완전히 져버리기 전에 도착했다.
그 순간에는 솔직히 안도감이 제일 컸다.
서울까지 한 번 더 다녀왔고, 또 내려왔고, 그걸로 일단 충분했다.

아마 앞으로 1년 동안은 서울까지 바이크 타고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이번 1박 2일은 분명 나쁘지 않았고, 할 만한 투어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하루만 더 있었으면 더 여유 있게 보고 올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래도 적어도 하나는 확실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갈 수는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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