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다시 간 거제도, 이번엔 무사히 다녀오길 바라면서
이번이 아마 세 번째쯤 되는 거제도 투어였던 것 같다.
그런데 갈 때마다 꼭 한 명씩 다쳐서 돌아왔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만큼은 제발 별일 없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날씨도 괜찮았고, 기온도 적당했다.
미세먼지는 좀 아쉬웠지만, 그 정도야 뭐 감안하고 가자 싶었다.
문제만 안 생기면 딱 좋겠다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집결 장소는 을숙도 주차장이었고, 오전 10시까지 만나기로 했는데
나도 5분 늦었고 절반은 아직 도착도 안 한 상태였다.
늘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하고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출발하기로 했다.
이쯤 되면 정시에 출발하는 팀보다는, 모이면 가는 팀에 더 가깝다.

그리고 출발한 지 20분도 안 돼서 바로 사건이 하나 생겼다.
R3 번호판 볼트가 떨어져 나간 것.
결국 진해터널 입구 옆에 급하게 세워두고 케이블타이로 임시 고정한 뒤 다시 출발했다.
시작부터 이런 식이면 괜히 마음이 좀 불안해진다.

마산 어시장 쪽으로 가는 길에서는 사진도 한 장 남겼다.
벚꽃은 반쯤은 이미 지나갔는지 기대했던 만큼 남아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계절이 막 넘어가는 타이밍이라 그런지, 완전히 봄도 아니고 그렇다고 끝난 것도 아닌 애매한 느낌이 있었다.

중간 합류 지점에서는 잠깐 쉬면서 뒤에 오던 사람들까지 다 모였다.
그때 보니 전체 인원이 대충 20명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소규모라고 하기엔 좀 많고, 그렇다고 완전히 대형 투어도 아닌, 딱 적당히 정신없는 규모였다.

첫 번째 목적지는 백제칼국수였다.
도착 시간이 애매해서 혹시 못 먹는 거 아닌가 했는데, 다행히 우리 팀이 마지막 손님이었다.
이런 건 진짜 타이밍이다. 조금만 늦었으면 그냥 돌아서야 했을 수도 있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주유할 사람은 각자 주유하고,
다음 합류 장소를 학동 흑진주해변 쪽으로 잡고 흩어졌다.
큰 팀으로 움직이다 보면 오히려 계속 붙어 있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구간구간 다시 모이는 방식이 훨씬 편할 때가 많다.
근데 그 구간은 진짜 출발만 해서 사진이 없다.
달리느라 정신없었고, 중간에 멈출 타이밍도 잘 안 나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구조라 해수욕장.
원래는 작년에 가보려다가 사고가 나는 바람에 결국 못 갔던 곳이라, 이번엔 꼭 들르고 싶었다.
앞에 있는 카페에서 잠깐 쉬면서 바다도 보고 숨도 돌리고, 거기서 각자 복귀하기로 했다.
구조라 쪽은 바닷가 바로 앞이라 쉬었다 가기 좋고, 거제에서 한 번쯤 묶어 들르기엔 분위기도 괜찮은 편이다.
오래 머무르기보다는, 달리다 잠깐 서서 바람 쐬고 커피 한 잔 하기 좋은 느낌에 더 가까웠다.

복귀할 때마다 늘 아쉬운 건 거가대교였다.
그쪽으로 가면 시간이 거의 1시간 반은 줄어드는데, 이륜차는 갈 수가 없으니 결국 돌아서 가야 했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대신 돌아가는 길도 나름 볼 만한 구간이 있어서 아주 나쁘지만은 않다.
가을쯤 되면 그 코스로 한 번 더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같이 움직였던 바이크도 꽤 다양했다.
- 혼다 슈퍼커브 110
- 혼다 CRF250
- 혼다 CRF300
- 야마하 R3
- KTM 듀크 390
- 혼다 레블 500
- 혼다 CB500X 2대
- 혼다 CB650R
- 야마하 R7
- 허스크바나 필렌 701
- BMW F800GS
- BMW F850GSA
- BMW F900XR
- BMW R1200 GS
- BMW R1200 RS 2대
- BMW R nineT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진짜 통일성은 하나도 없다.
근데 또 그런 맛에 같이 타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구는 투어러, 누구는 네이키드, 누구는 온로드, 누구는 오프로드 성향인데, 결국 한날한시에 같은 목적지로 달리고 있다는 게 재밌다.
이번 거제도 투어는 출발 초반에 번호판 볼트가 빠지는 일도 있었고, 도착 시간도 빠듯했고, 인원도 많았지만 그래도 크게 다친 사람 없이 무사히 다녀온 것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웠다.
이번만큼은 제발 무사히 끝났으면 했는데, 적어도 그 바람은 이루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