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계획 없이 서울까지, 1박 2일 장거리 투어
최근 장거리 주행이 조금씩 늘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체력으로는 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 생각이 들고 나서는 오래 고민을 안 하게 됐다.
어디를 꼭 가야겠다는 계획도 없이, 그냥 한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바로 출발했다.
목적지는 나중에 정하고, 일단 위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쉬어간 곳은 경주 IC 옆에 있는 휴게소였다.
경주 쪽으로 올라갈 때 한 번씩 들르게 되는 곳인데, 이날은 아침 일찍 출발해서 그런지 차가 많지 않았다.
시작이 한산하면 괜히 하루가 좀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근데 조금 지나고 나니 다른 문제가 생겼다.
대낮인데도 헬멧 실드에 벌레가 너무 많이 들러붙어서 앞이 꽤 거슬릴 정도였다.
결국 졸음쉼터에 잠깐 세워두고 실드도 닦고, 몸도 한번 쉬었다가 다시 출발했다.
봄이나 초여름 장거리는 이런 게 은근히 귀찮다.

다음으로 멈춘 곳은 경북 끝자락 쪽 휴게소였다.
여기만 넘어가면 충청도로 들어가는 흐름이었고, 연료도 거의 다 써가던 참이라 기름 넣을 겸 잠깐 쉬어갔다.
이쯤 되면 슬슬 “아, 진짜 꽤 올라왔네” 싶은 감각이 오기 시작한다.

여주 근처에서도 또 한 번 멈췄다.
여기서도 이유는 똑같았다. 벌레.
충청도 구간은 체감상 워낙 금방 지나가서 따로 쉬고 말 것도 없었고, 그냥 계속 달리다 보니 어느새 경기 쪽까지 올라와 있었다.
원래는 바로 서울로 들어갈까 했는데, 근처에 양평이길래 갑자기 양만장부터 들르기로 했다.
어차피 여기까지 올라온 거, 눈에 들어오는 곳은 하나씩 찍고 가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었다.


양만장에 도착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바이크는 많지 않았다.
시간대 때문이었는지, 기대했던 만큼 북적이진 않았다.
대신 여기서 하나 날아갔다.
예전부터 좀 불안하던 박스 힌지 부품이 진동 때문인지 결국 사라져 버렸다.
괜히 조짐이 있더라니, 역시 불안한 건 꼭 터진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진짜였다.
이제 서울로 들어가야 하는데, 차가 너무 많았다.
양평에서 서울 진입하는 데만 거의 한 시간 정도가 걸렸고, 그때부터는 진짜 좀 힘들었다.
장거리 자체보다도 서울 들어가기 직전 그 정체가 훨씬 더 피곤하게 느껴졌다.
친구랑 저녁을 먹고 나서는 어디를 더 갈까 하다가 북악산으로 향했다.


북악산 쪽은 서울 야경 보러 많이 가는 쪽이라 기대를 좀 했는데,
막상 가보니 주차장 앞쪽이 공사 중인지 펜스로 막혀 있었다.
그래서 옆 사잇길 쪽으로 조금 들어가서 서울 야경을 대충 한번 보고, 거기서 오래 머무르진 않고 바로 잠수교로 이동했다.





잠수교 쪽에서는 서울 사는 분들이 나와서 같이 놀아주셨다.
부산에서 왔다고 하니까 다들 반갑게 받아주셔서 그게 또 꽤 기억에 남는다.
그날은 평소보다 추운 편이라 원래보다 사람이 적다고 했는데, 그래도 나는 그 분위기 자체가 충분히 신기했다.
다리 밑에 또 다리가 있다는 것도 직접 보니까 좀 신기했다.
사진으로 볼 땐 몰랐는데, 실제로 보면 “아, 이런 구조구나” 싶어서 괜히 한 번 더 보게 된다.

마지막 일정은 RSG였다.
간 김에 스티커나 조금 사려고 들렀는데, 멀리서 왔다고 스티커를 몇 장 더 챙겨주셨다.
이런 건 진짜 별거 아닌데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먼 길 왔다고 알아봐 주는 느낌이 있어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일산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에는 바로 파주 파만장으로 갔다.
작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이번에 거의 다 찍은 느낌이라, 파만장까지 보고 나니 더 욕심낼 마음은 안 들었다.
그래서 미련 없이 그대로 부산으로 복귀하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은 확실히 올라갈 때보다 더 정신없었다.
경기도 빠져나오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려서, 중간엔 쉬는 것도 거의 못 하고 계속 내려왔다.
진짜 차가 너무 많았다. 올라갈 때도 느꼈지만, 수도권은 빠져나오는 것부터가 일이다.

그래도 경상남도 표지판이 보이는 순간은 좀 다르게 느껴졌다.
‘아, 이제 진짜 거의 다 왔다’는 안도감도 있었고,
서울까지 갔다가 내려왔다는 데서 오는 묘한 성취감도 있었다.



1박 2일 총 주행거리를 보니,
기름값도 생각보다 꽤 많이 나갔다.
거기다 엔진오일 교환하고 나서 대략 1100km 정도를 타버린 셈이라, 정비 주기도 다시 슬슬 계산하게 된다.
장거리는 다녀오고 나면 꼭 기름값이랑 오일 생각을 같이 하게 된다.
이번 투어를 하고 나서 느낀 건 하나였다.
서울까지도 갈 수는 있구나.
막연히 멀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국도만 탄다는 압박감은 있었어도 시외 구간은 생각보다 꽤 시원하게 이어지는 길이 많았다.
물론 서울 진입 구간은 확실히 힘들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1박 2일이었다.
다만 하루만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번엔 딱 찍고 돌아온 느낌이 강해서, 다음엔 조금 더 여유 있게 올라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