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일상/일상

늦잠 자고 세차했다가, 결국 또 바이크런

레스트드롭 2022. 1. 2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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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늦게 일어났더니 일요일엔 더 늦게 일어나는 기적이 벌어졌다.
눈 떠보니 11시 반쯤이었고, 한동안 멍하니 누워 있다가 오늘은 뭘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결국 계속 미루고 미루던 세차를 하기로 했다. 미룰 땐 한없이 미루게 되는데, 또 막상 하려 하면 금방 하게 되는 게 세차인 것 같다.

대충 필요한 것들 챙겨서 12시 반쯤 주차장으로 내려가 G310R부터 닦기 시작했다.
슥슥 닦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한 번씩 쳐다보면서 지나갔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주차장에서 혼자 바이크 세차하고 있으면 좀 눈에 띄긴 했을 것 같다.
그렇게 한 시간 반 정도 걸려 한 대를 끝냈다.

수퍼커브는 훨씬 수월했다.
구조가 단순하고 차체도 작아서 그런지 30분 정도 만에 끝났다. 둘
다 해놓고 나니 미뤄둔 숙제를 한꺼번에 끝낸 기분이라 속은 좀 시원했다.


근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토요일 밤이었는지, 일요일 아침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누가 커브 번호판을 친 건지, 발로 찬 건지 번호판이 휘어 있었다.
보는 순간 짜증이 확 올라왔고, 일단 욕 한 번 하고 손으로 펴보려다가 번호판 고정 볼트까지 뽑혀버렸다.
안 그래도 귀찮은데 꼭 이런 식으로 일이 하나 더 생긴다.

게다가 수영구 번호판 고정 방식은 육각 너트 같은 게 아니라 십자피스처럼 생긴 볼트라 더 별로였다.
결국 완벽하게 고치진 못하고, 일단 대충 다시 고정만 해둔 뒤 패션볼트로 바꾸려고 출발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필요한 것도 좀 사고, 겸사겸사 바이크런이나 들르자는 생각이었다.

지인이 거기서 일하고 있기도 하고, 패션볼트 파는 곳도 딱히 아는 데가 없어서 결국 또 바이크런으로 갔다.
생각해보면 거의 주마다 가는 수준이다.
갈 때마다 뭔가 하나씩 사게 되고, 갈 때마다 지갑은 조금씩 가벼워진다.

도착해서 보니 흑부사가 한 대 서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했는데 진짜 지인 바이크였다.
그렇게 광택제, 패션볼트, 세차수건 네 장을 사고 포인트 2만 점까지 써서 29,000원에 정리했다. 이 정도면 그래도 꽤 잘 막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물건 사고 친구랑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는 또 웃긴 일이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실루엣 둘이 길가에 서 있길래 자세히 보니, 점심쯤 천왕재 간다고 했던 두 사람이었다.
내려서 잘 다녀왔냐고 물어보니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천왕재는 못 가고 돈키호테만 다녀왔다고 했다.
원래 나도 잘 안 다니던 길인데 내비가 가라고 해서 가던 길이었고, 그렇게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마주친 거였다.
이런 건 진짜 웃길 정도로 타이밍이 묘하다. 


그 뒤로는 친구 태우고 명륜진사갈비 가서 저녁을 먹었다.
운전해야 하니까 술은 못 마셨고, 대신 밥은 진짜 많이 먹었다.
생각해보니 점심도 안 먹었던 날이라 그때부터 확 배가 고파졌고, 평소보다 한 1.5배는 더 먹은 것 같다.
배고플 때 들어간 고깃집은 늘 그렇지만, 이날은 특히 더 잘 들어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커브를 타고 다닐 때 느끼는 특유의 감각이 다시 좀 생각났다.
커브는 한 차선 안에서 쭉 움직이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타고 있으면 멍하니 운전하게 되는 경우가 꽤 많다.
내비가 거의 다 왔다고 할 때쯤 되면, 내가 정확히 어떤 길로 왔는지 흐리멍덩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근데 그런 게 또 나쁘지 않다.
오히려 복잡하게 신경 안 쓰고 탈 수 있어서 더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친구는 다 죽어가던 비본을 다시 살려서 타보겠다고 했는데,
그게 진짜로 살아나기만 하면 원동기들끼리 한 번 모아서 바리 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계획은 아니어도, 그런 소소한 조합이 또 은근히 기억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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