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같지 않았던 하루, 귀산에서 콰이강의 다리 찍고 다대포까지
토요일, 겨울인데도 날씨가 너무 포근했다.
12월이라고 하기엔 공기가 생각보다 부드러웠고, 그냥 집에 있기엔 아까운 날이었다.
결국 또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게 됐고, 그렇게 이날도 이곳저곳을 꽤 길게 돌아다니게 됐다.





처음 모였을 때만 해도 바이크가 정말 많았다.
이 정도면 거의 떼라이딩 느낌이 날 정도였다.
MT-03 2대, MSX-125 2대, NC750 1대, R1200RS 1대, 슈퍼커브 1대, G310R 1대.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다시 봐도 꽤 많이 모였다.
이런 날은 출발 전부터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혼자 타는 날과는 다르게 괜히 더 들뜨고, 어디까지 갈지 몰라도 일단 재밌겠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그렇게 같이 움직이다 보니 몇 대는 먼저 빠지고, 남은 바이크들끼리 다시 다음 목적지를 정해 움직이게 됐다.
보통 이런 날은 처음 모였을 때보다 마지막에 남는 멤버가 훨씬 적은데, 또 그건 그거대로 재밌다.
우르르 출발해서 하나둘 줄어들고, 결국 끝까지 남은 사람들끼리 분위기가 또 따로 생긴다.


특히 이날은 마창대교를 낮에도 보고 밤에도 보게 됐는데,
같은 장소인데도 시간대가 바뀌니까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낮에는 그냥 시원하게 열린 풍경처럼 보였다면, 밤에는 조명까지 더해져서 확실히 또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괜히 같은 곳을 두 번 지나도 한 번 더 보게 되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콰이강의 다리로

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저도연륙교, 흔히 많이들 말하는 콰이강의 다리였다.


직접 가서 보니 왜 데이트 코스로 자주 얘기되는지 금방 알 것 같았다.
주변 분위기도 그렇고, 조명이나 산책로 느낌도 그렇고, 천천히 걸으면서 시간 보내기 딱 좋은 곳이었다.
물론 그런 데를 남자들끼리 와 있다는 게 조금 웃기긴 했지만, 또 그런 거 신경 쓰기엔 이미 다들 익숙한 사람들이라 별말 없이 잘 돌아다녔다.
주변에는 간단하게 뭘 사 먹을 수 있는 곳도 있었는데,
막상 배가 고프진 않아서 편의점에서 따뜻한 음료 하나씩만 사 마시고 조금 쉬었다.
날씨가 아주 춥진 않았어도 밤공기가 조금씩 내려앉는 시간이라 그런지, 따뜻한 음료 하나가 생각보다 잘 맞았다.
그렇게 잠깐 쉬고 다시 창원 시내 쪽으로 이동했다.
상남동에서 저녁, 그리고 다시 귀산

처음 그렇게 많이 모였던 바이크들도 이쯤 되니 꽤 줄어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집 가는 사람은 빠지고, 끝까지 남는 사람들만 남는 흐름이 됐다.


원래는 봉하마을 쪽으로 가볼까 하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미 시간도 꽤 늦어졌고 다들 배도 고파져서 결국 창원 상남동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메뉴는 뒷고기.
근데 볶음밥은 진짜 예상 밖이었다.
그렇게 나올 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두 개 시켰다가 거의 배가 터질 뻔했다.
이럴 때 보면 늘 그렇다. 적당히 먹자고 시작했는데, 막상 나오면 양이 생각보다 많고 결국 또 배부르게 끝난다.
그렇게 저녁까지 먹고 나서는 다시 귀산으로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쉬고 있었다.
하루가 거의 끝난 분위기였는데, 그때 닌자400 타는 친구가 이제 합류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결국 거기서 한 시간 정도를 더 기다리게 됐고, 그 사이 MSX-125 두 대는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남은 사람들끼리 이제 마지막으로 어디를 갈지 다시 얘기하다가, 결국 다대포까지 가보기로 했다.
마지막은 다대포

결국 끝까지 남은 건 네 대였다.
아침에는 그렇게 많이 모였는데, 마지막에 남은 게 네 대라니 그게 또 묘하게 재밌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원이 그대로 가는 날은 오히려 드물고, 이렇게 하나둘 빠지면서 마지막 코스가 정리되는 날이 이상하게 더 기억에 남는다.
다대포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새벽 1시쯤이었다.
갈 만한 곳은 이미 다 문을 닫았고, 카페도 당연히 끝난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냥 잠깐 서서 바람 좀 맞고, 이런저런 얘기 좀 하다가 그 자리에서 해산했다.
딱히 거창한 마무리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자연스러웠다.
끝까지 어디 한 군데 더 들르려 하기보다, 그냥 마지막 장소 하나 찍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그 흐름이 괜찮았다.

멀리 어디를 다녀온 것도 아닌데, 대체 뭘 하느라 시간이 이렇게까지 갔는지 모르겠다.
아침 9시 반쯤 나와서 분명 오늘은 적당히 타고 들어가야지 생각했던 것 같은데, 정신 차리고 보니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쯤이었다.
그래도 이날은 꽤 재밌었다.
혼자 타는 날은 내 리듬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편하고, 여러 대가 같이 다니는 날은 또 그렇게 길어지고 어수선해지는 맛이 있다.
이날은 딱 후자 쪽이었다.
크게 특별한 목적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엄청 대단한 코스를 돈 것도 아니었는데
귀산에서 시작해서 창원 시내를 지나고, 콰이강의 다리도 보고, 다시 다대포까지 이어진 흐름이 묘하게 오래 남는다.
겨울 같지 않던 공기까지 포함해서, 꽤 괜찮은 하루였다.
사진 - 바이크갤러리 부산대표적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