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운문댐 하류보 노지 캠핑(feat. 타낙스 시트백)
지난 일본 여행 때 계획했던 캠핑 3일 중 하루밖에 못한 게 계속 발목을 잡았다.
나만 아쉬웠던 게 아니었는지, 같이 갔던 일행이 캠핑 제안을 하길래 바로 청도 운문댐 하류보로 목적지를 잡았다.

이번 일본여행에서 새로 산 타낙스 MKF-1004 수납력을 테스트해 볼 겸 짐을 눌러 담았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백컨트리 280이랑 이지폴을 다 넣고도 자리가 남는다.
좌우 확장까지 하니 침대 커버에 타프까지 넉넉하게 들어간다.
하지만 그만큼 더 무거워진 건 어쩔 수 없다.
거의 다 와갈 때쯤 마실 거리랑 주전부리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시즌이라 그런가 운문댐 근처에 라이딩 나온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맥주, 생수, 라면, 과자까지 챙겨서 다시 출발했다.

도착해서 보니 모토캠핑 온 사람들만 어림잡아도 30명쯤 되는 듯했다.
여태 운문댐 하류보에 캠핑하러 자주 왔지만 이렇게 많았던 적은 처음이다.
날이 너무 더워서 타프부터 펼쳤다.
한 2년 만에 갖고 와서 펼쳐봤는데 스킨이 삭았다거나 곰팡이가 핀 건 없지만 냄새가 좀 났다.
하루동안 펼쳐놓으면 괜찮겠지 싶어서 일단 후다닥 쳤다.
오랜만에 치는 거라 모양은 좀 별로였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쳐졌다.




일행들 다 모이고, 어느 정도 세팅 해놓고, 잠시 쉬었다.
같이 온 사람들 텐트들 보고 있는데, 코트텐트가 확실히 기동성만큼은 편해 보이긴 한다.
백컨트리 280은 나 혼자 쓰기엔 너무 크긴 하다.
지금 계절에도 안 맞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코트텐트에 백컨트리 280 이렇게 들고 다닐 수만 있으면 겨울 캠핑도 할만하겠다는 생각도 스친다.
저녁 메뉴를 정하는데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아무도 고기를 안 사 왔다.
내 캠핑 인생에 고기 없는 캠핑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뭐든 만들어먹으면 된다 라는 마인드.
준비해 온 재료들을 꺼내더니 웍에다가 이것저것 볶아서 뚝딱 만들어준 야끼우동은 기대 이상이었다.
살짝 매운 감이 있었지만 딱 좋았다.
위스키 두 병이 등장하면서 낮에 샀던 맥주는 찬밥 신세가 됐다.
갑자기 바람이 세게 불더니 타프 한쪽면이 주저앉았다.
뭐지 하고 가서 보니 팩이 뽑혔다.
전에 사둔 40cm짜리가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왔는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두 번째 먹을 것으로 크림 관자구이를 만들었는데 이건 이거대로 또 맛있었다.
파스타면까지 들어가 있었으면 그냥 팔아도 되겠다 싶었던 정도였다.
지난 여행 이야기부터 앞으로의 여행 계획까지, 밤이 깊어질수록 대화는 진해졌다.
낮엔 덥더니 밤엔 쌀쌀함을 넘어 춥기까지 했다.
장작 안 쓰려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편의점까지 걸어가 장작을 사 왔다.

대략 한 시간 정도 멍하니 불멍 하면서 위스키 홀짝거리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한 시였다.
술도 어느 정도 올라오고 있었고, 딱 적당히 기분 좋은 상태가 됐다.



슬슬 잠도 오고, 대충이라도 좀 정리를 할까 하다가 아침에 생각하자 하고 각자 텐트로 들어갔다.
베개를 안 가져와서 어떻게든 자야지 하고 페트병을 베고 누웠다.
근데 이건 아닌 것 같았다.
다시 페트병을 빼버리고 그냥 누워서 잤다.


뒤척이다가 새벽 3시쯤 겨우 잠들었는데, 생각보다 더 추웠다.
그래도 추워서 깼다던지, 바람 때문에 깼다던지 하는 일은 없었다.
눈떠보니 8시쯤이었고, 누워서 밍기적대다가 밖으로 나왔다.
어제 먹었던 것들 살짝 정리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강 건너 사람들 움직이는 모습, 철수하는 사람들 구경하다 보니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어제 먹다 남은 재료들 다 때려 넣고, 라면 5개 넣어서 셋이서 나눠먹었다.
해물이 좀 들어가서 그런지 짬뽕 먹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뒷정리까지 싹 하고, 하나하나 다시 접어서 정리하다 보니 너무 더웠다.
밤엔 그렇게 춥더니 해 뜨자마자 엄청 더워졌다.
땀 뻘뻘 흘리면서 주변정리까지 다 마치고 바로 집으로 가려다 뭔가 아쉬워서 카페 쌉에서 커피 한잔 하기로 하고 출발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쌉카페.
이륜차 주차라인이 생겨있었다.
나름대로 크게 그린 것 같은데 딱 맞게 그린 건가 싶기도 하고, 바이크자체가 크니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다.
한 시간 정도 커피 마시다가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부산시내.. 걱정이 앞섰다.

걱정했던 대로 시내로 들어오니 혼돈의 카오스였다.
요즘 유독 차들이 더 늘어난 기분이 든다.
겨우겨우 집으로 돌아와서 하나씩 차곡차곡 정리하고, 조명들도 다시 충전해 두고, 마무리했다.
이번 캠핑도 만족스러웠다.
다만, 이제 텐트를 하나 새로 들일 때도 됐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번에 본 코트텐트냐, 자립형이냐
이건 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메인폴대도 슬라이딩식으로 사서 폴대가방도 안 들고 다니고 싶고, 긴 팩들도 다시 사야 한다.
캠핑에는 더 이상 돈 안쓸 줄 알았지만 끝없이 들어가는것 같다.
한번 다녀올 때마다 부족한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