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여행 3일차 - 늦잠 자고 느긋하게 다녀온 교토
늦잠으로 시작한 교토행
오사카 여행 3일차, 이날은 교토로 가기로 했던 날이었다.
원래는 출근 시간대와 겹치지 않게 아침 7시쯤 일찍 나가자는 이야기를 하며 잠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이미 9시였다.
순간 살짝 허무하긴 했지만, 이미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지 싶었다.
괜히 마음만 급하게 먹기보다는 그냥 느긋하게 다녀오자는 쪽으로 바로 방향을 바꿨다.
그렇게 천천히 준비해서 10시쯤 전철역에 도착했고, 교토로 향했다.

역에서 본것 중 신기했던 게 하나 있었는데, 종점에 도착했다고 해서 열차를 돌리거나 따로 정비하는 게 아니라 기관사가 반대편 칸으로 걸어가서 그대로 다시 출발하는 방식인 것 같았다.
별거 아닌데도 괜히 한 번 더 보게 되는 장면이었다.
바로 옆 편의점에서 커피 하나를 사 들고, 약 50분 정도 달려 교토에 도착했다.
한적하게 올라간 기요미즈데라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기요미즈데라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이날 첫 목적지도 자연스럽게 기요미즈데라였다.
보통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올라가겠지만, 우리는 버스로 한 정거장을 더 가서 조금 다른 쪽으로 올라갔다.
결과적으로는 이 선택이 꽤 괜찮았다.
사람도 훨씬 적고, 길도 한적해서 훨씬 편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이건 정말 도박 성공이었다.


입구 쪽으로 올라서면 동전을 넣고 종을 치면서 소원을 비는 곳도 있고, 정원처럼 꾸며진 공간도 있다.
이런 구성 자체는 다른 유명 절이나 관광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분위기라 아주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교토 특유의 차분한 공기가 있어서 걷는 맛은 분명히 있었다.


100엔에 운세를 뽑을 수 있는 게 있길래 하나 뽑아봤는데, 결과는 냅다 흉.
좋은 운세가 나오면 가져가고, 나쁜 운세가 나오면 나무 같은 곳에 묶어두는 방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는 관광객이 워낙 많이 오는 곳이라 나무가 남아나질 않는지, 따로 봉처럼 만들어 둔 곳에 묶게 되어 있었다.
괜히 이런 것도 유명 관광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한 번쯤 본 것 같은 익숙한 구도로도 사진을 찍어봤다.
역시나 이 자리는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끼리 경쟁이 꽤 치열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유명한 구도 앞은 어딜 가도 늘 북적북적하다.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도 한 장 찍어봤는데, 확실히 위쪽에서 찍는 그 대표 구도가 제일 예쁘게 나오는 것 같긴 하다.
직접 가보면 왜 다들 거기서 사진 찍으려고 하는지 바로 납득이 된다.
내려오는 길에는 3년고개, 2년고개라는 이름의 길도 있었다.
여기서 넘어지면 3년밖에 못 살고, 2년밖에 못 산다는 전설 같은 게 있다고 한다.
그런데 또 어떤 할아버지가 그 말을 듣고 “그럼 많이 넘어지면 오래 사는 거 아니냐”며 떼굴떼굴 굴렀다는 썰도 있다던데, 이런 이야기까지 들으니 괜히 웃기고 더 기억에 남았다.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는 기념품 가게들도 쭉 둘러봤다.
그런데 막상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없어서 따로 사지는 않았다.
대신 요즘 릴스에서 자주 보이는, 떡방아 치면서 “요이요이” 하는 그 유명한 가게가 여기 있었다.
구매하려면 줄까지 서야 하는 분위기라, 그건 미련 없이 바로 패스했다.
허기져서 들어간 점심 한 끼, 그리고 은각사
기요미즈데라에서 은각사까지는 버스로 이동했다.
버스비는 280엔.
아침도 제대로 안 먹고, 점심도 미루면서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은각사 쪽에 도착했을 때쯤엔 슬슬 한계가 왔다.
관광지 주변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가격이 조금 비싸게 느껴지기도 해서 계속 고민만 하다가,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적당한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들어간 곳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만 여기 역시 생맥주는 없어서 병맥주 하나 시켜 마셨다.
그래도 목마를 때 마시는 병맥주는 병맥주대로 또 괜찮다.
밥도 야무지게 먹고 나서 다시 은각사 쪽으로 이동했다.

입구에는 신년맞이 행사 때 썼던 것 같은 장식들이 아직 조금 남아 있었다.
입장료는 500엔.
안쪽에는 정원도 있고, 류안지처럼 모래 위에 형태를 만들어둔 공간도 있었는데 전체적으로는 꽤 단정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다만 아주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느낌은 아니었고, 개인적으로는 “한 번쯤 볼 만한 곳” 정도의 인상이 더 강했다.

나가는 길 쪽에 있던 정원은 꽤 괜찮았다.
입구에서 받았던 안내문에 실려 있던 구도와 비슷하게 사진도 한 장 찍어봤는데, 막상 결과물을 보니 뭔가 살짝 아쉬웠다.
이런 곳은 역시 직접 눈으로 보는 분위기를 사진으로 완전히 옮기기는 어려운 것 같다. 안
에 들어가서 차 한잔이라도 할 수 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지만, 그럴 리가 있나 싶기도 하고.


은각사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옆에 작은 길이 하나 있는데, 이름이 바로 철학의 길이다.
어떤 유명한 사람이 이 길을 걸으면서 생각에 잠기곤 했다고 하는데, 정작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그래도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조금 알 것도 같았다.
조용히 산책하면서 걷기에는 확실히 좋았고, 복잡한 관광지 분위기와는 또 다른 결의 매력이 있었다.
은각사보다 훨씬 강렬했던 금각사
은각사에서 금각사까지도 버스로 이동했다.
여기도 버스비는 280엔. 아마 교토 시내 버스는 거의 다 이 요금인 것 같았다.
처음에는 금각사도 은각사와 비슷한 느낌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서 보니 이건 완전히 다르다.
건물이 진짜 금빛이다.
말 그대로 번쩍번쩍한 금빛.

처음엔 구름이 많이 껴 있어서 살짝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잠깐 해가 비치는 순간 건물이 아주 눈부시게 빛이 났다.
그걸 보고 순간적으로 “사진!” 하면서 거의 뛰다시피 움직였는데, 아쉽게도 금방 다시 구름에 가려졌다.
어쩔 수 없지 싶어 일단 사진을 찍고 천천히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다시 해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급하게 한 장 더 찍어봤는데, 이번엔 반사되는 면이 내가 원하던 각도가 아니었다.
호수에 비치는 쪽에서 찍으면 훨씬 예쁠 것 같아 그쪽으로 이동하려 했는데, 또다시 구름이 해를 가려버렸다.
그래도 결과물을 보니 나름 괜찮게 나온 것 같아서 일단 만족하고 다시 길을 따라 움직였다.
그런데 또 조금 뒤에 결국 제대로 타이밍이 왔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찍힌 것 같다.
금각사와 은각사가 세트처럼 묶여서 많이 언급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은각사는 안 가도 금각사는 꼭 와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느낌 차이가 꽤 크다.
뒤편에도 이것저것 둘러볼 곳이 조금 더 있어서 천천히 다 보고 나왔다.
여기 역시 입장료는 500엔.
류안지, 그리고 결국 쏟아진 비
금각사에서 류안지까지는 700~800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그냥 걸어갔다.
교토는 이렇게 조금 걷더라도 주변 분위기를 보면서 이동하는 재미가 있어서, 가능한 구간은 걸어 다니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류안지에 가면 릴스에서 자주 보이던, 모래를 슥슥 긁어 정리해 놓은 그 유명한 정원을 볼 수 있다.
위에 놓인 돌이 일곱 개인가 그렇다는데, 마루에 앉아서 보면 그 돌들이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다 가지려 하지 말고,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수양하는 의미가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솔직히 조금 억지부리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뭐, 이런 것도 또 관광지에서 듣는 재미라면 재미다.
전체적으로 꽤 넓은 편이었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그 돌정원 쪽이었다.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지기도 했고, 거기다 소나기까지 쏟아지기 시작해서 나머지는 다 둘러보지 못했다.
결국 이날 교토 일정은 여기까지. 비까지 오니 더 욕심낼 생각은 접고 다시 오사카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 아래 라멘집에서 저녁 해결

오사카에 돌아와서는 숙소 바로 아래에 있던 라멘집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숙소를 예약할 때 보니 라멘 쿠폰을 주길래 그걸로 여기서 먹으면 된다고 했는데, 토요일이랑 일요일은 신년 휴무라 못 쓰고 있다가 월요일이 되어서야 드디어 쓰게 됐다.
가서 조금 놀랐던 건, 백인 직원분이 “이랏샤이마세” 하면서 라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일본에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백인 직원이 자연스럽게 일하고 있는 모습은 처음 봐서 꽤 신기했다.
그래도 뭐, 맛만 좋으면 다 오케이다.
히로시마보다 오사카가 더 맞았던 오코노미야키
숙소에서 두 시간 정도 쉬면서 소화도 좀 시키고, 사진도 잠깐 정리하다가 문득 히로시마에서 먹었던 오코노미야키가 떠올랐다.
그래서 다시 나가서 오코노미야키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히로시마 스타일과 오사카 스타일 중에 어느 쪽이 더 좋냐고 묻는다면, 내 입맛에는 오사카 쪽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는 뭔가 층층이 쌓여 있어서 먹다 보면 조금 잘 부서지는 느낌이 있다면, 오사카 스타일은 전체적으로 훨씬 더 잘 붙어 있고 식감도 단단한 편이다.
그래서 씹는 맛이 좀 더 살아 있는 느낌.
개인적으로는 이 쪽이 훨씬 좋았다.
샌디개프, 말육회, 그리고 마지막 바

2차로는 역시 샌디개프가 생각나서 근처 이자카야로 들어갔다.
거기서 안주를 보다가 말육회라는 게 있길래 궁금해서 시켜봤는데, 결과적으로는 내 취향은 아니었다.
가격은 1000엔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일단 너무 질겼다.
씹다가 진짜 턱 나가는 줄 알았다.
이건 음미한다기보단 적당히 씹다가 넘기는 쪽이 맞는 것 같은데, 어쨌든 나는 다시 시켜 먹진 않을 것 같다.
술을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3차로 바 갈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 바 같은 곳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난바로 내려갈지, 아니면 그냥 근처에서 아무 데나 갈지 한참 고민했다.
그런데 이미 시간은 밤 10시 반쯤이었고, 난바까지 갔다 돌아오면 사실상 택시가 확정이라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결국 숙소 근처에 있는 바로 가기로 했다.

거긴 좀 특이하게 요금제가 있었다.
- 1000엔이면 1시간 동안 일본 술 노미호다이
- 1500엔이면 1시간 동안 일본 술 + 한국 술 노미호다이
그런데 소주나 한국 맥주는 이미 계속 마셔왔으니, 굳이 여기서까지 그걸 마실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그냥 1000엔짜리로 선택했다.
안주는 뭐가 있나 봤더니 신라면이 있었다.
이쯤 되면 정말 한국 감성 바가 맞는 것 같다.
술 한 시간 정도 마시고, 노래도 조금 부르다가 나왔다.


뭔가 주말에 왔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월요일 늦은 밤이라 그런지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사장님 말로는 실제로 한국을 궁금해하는 일본인들이 꽤 많이 오는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 손님은 거의 안 온다고.
가게를 오픈한 뒤 한국인이 온 건 손에 꼽을 정도라면서, 내가 아마 8번째인가 9번째쯤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 말도 뭔가 웃기고 재밌었다.
걷고 먹고 마시고, 교토까지 다녀온 하루
그렇게 야무지게 먹고, 마시고, 걷고, 마지막으로 편의점에서 하이볼 하나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들어와 사진 정리 좀 하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늦잠 때문에 시작은 조금 느슨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요미즈데라부터 은각사, 금각사, 류안지까지 알차게 다녀온 하루였다.
거기에 오사카로 돌아와 라멘, 오코노미야키, 이자카야, 바까지 이어졌으니 하루를 꽤 빡세게 쓴 셈이기도 하다.
교토는 확실히 오사카와는 분위기가 다르고, 천천히 걸을수록 더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금각사는 정말, 직접 가서 보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