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모토캠핑

비 오는 날 떠난 운문댐하류보 캠핑

레스트드롭 2025. 5. 26. 17:22
반응형
이번엔 그냥 가기로 했다

주말만 되면 꼭 핑계가 하나씩 생겼다.
갑자기 날이 너무 추워진다든지, 비가 온다든지, 어쩐지 애매해서 다음으로 미루게 된다든지.
그렇게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다 보니 모토캠핑을 계속 못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가기로 했다.
비가 오든 말든, 추우면 추운 대로 가고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버텨보자는 마음이었다.
어차피 계속 미루다 보면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이번에는 날씨가 어떻든 그냥 출발하기로 했다.

말 그대로 “날씨야 덤벼라” 하는 마인드였다.
물론 집에서는 그렇게 생각해도 막상 밖에 나가면 조금 후회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 가보기로 한 이상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바리바리 짐 싣고 출발

캠핑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같이 가기로 한 써니사이드업으로 향했다.
모토캠핑은 늘 짐 챙길 때부터 이미 절반은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걸 다 싣고 진짜 갈 수 있을까 싶다가도, 막상 하나씩 고정하고 나면 또 어떻게든 다 실린다.

양산을 지날 즈음부터는 슬슬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건 도저히 못 달리겠다” 싶은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비 오는 날답게 조금 더 조심하면서 그대로 달렸다.
이미 가기로 마음먹은 이상 여기서 멈출 이유도 없었다.


오랜만이라 더 반가웠던 텐트 피칭

 도착해서는 제일 먼저 텐트부터 폈다.
생각해보니 텐트를 친 게 너무 오랜만이라, 처음에는 내가 이걸 어떻게 쳤더라 싶을 정도로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순간 살짝 헤매긴 했지만, 막상 하다 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해결됐다.

늘 그렇듯 시작할 때는 막막한데, 한 번 감을 잡고 나면 또 금방 끝난다.
오랜만에 텐트를 세워놓고 보니 그 자체만으로도 벌써 캠핑 온 느낌이 확 살아났다.
 

비를 대비해 바이크도 자리 잡고

밤늦게 비가 온다고 해서 바이크는 나무 밑에 세워뒀다.
혹시라도 비를 조금이라도 덜 맞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이런 건 늘 어디까지가 괜찮은 건지 애매하다.

잔디 쪽으로 바이크를 끌고 들어와도 되는지 안 되는지 별다른 안내는 없어서 일단 세워두긴 했는데, 그래도 괜히 눈치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딱히 누가 뭐라고 한 건 아닌데, 이런 순간에는 늘 혼자 먼저 신경이 쓰인다.

텐트 치고 나니 시작된 먹방

텐트를 쳐놓고, 짐 정리하고, 테이블까지 펴고 나니까 그다음부터는 거의 먹기만 한 것 같다.
진짜 한 여섯 시간은 계속 뭔가 먹고 있었던 느낌이다.
캠핑은 이상하게 평소보다 더 자주 먹게 된다.
뭘 특별히 많이 움직인 것도 아닌데, 또 앉아 있으면 계속 뭔가 꺼내 먹게 된다.

이날도 이것저것 꽤 많이 먹었는데, 마지막에 감바스까지 가니 결국 너무 배가 불러버렸다.
원래는 끝까지 다 먹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돼서 결국 조금 남겼다.
캠핑 가서 음식 남기는 게 아깝긴 하지만, 그때는 진짜 한계였다.

그러다 슬슬 비가 다시 오는 것 같아서, 더 늦기 전에 대충 정리를 해두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다.
캠핑장에서 비 오는 밤은 귀찮기도 하지만 또 묘하게 분위기가 있다.


비가 지나간 다음 날 아침

아침에는 생각보다 너무 일찍 눈이 떠졌다.
어차피 깬 김에 화장실도 다녀올 겸 밖으로 나왔는데, 그때 보이던 풍경이 꽤 인상적이었다.
새벽 내내 비가 내리더니 어느새 그친 뒤였고, 주변은 아주 조용했다.

비가 지나간 직후 특유의 공기와,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캠핑장의 적막한 분위기가 꽤 좋았다.
이런 순간은 꼭 일부러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아침부터 너무 헤비했던 한 끼

아침은 전날 먹다 남은 감바스를 활용하기로 했다.
거기에 스파게티 면을 삶아서 넣고, 치즈까지 뿌려서 먹어봤는데 맛은 확실히 있었다.

다만 문제는 아침이라는 점이었다.
이건 누가 봐도 아침부터 먹기에는 너무 헤비한 메뉴였다. 먹으면서도 “이건 저녁에 먹었어야 했는데”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뭐, 맛있으면 된 거다.
캠핑에서는 이상하게 이런 조금 과한 메뉴도 다 용서되는 느낌이 있다

해 뜨자마자 후다닥 철수

시간이 지나면서 해가 점점 쨍해지기 시작했다.
비 맞은 장비가 더 마르기 전에 후다닥 텐트부터 정리해버리기로 했다.
우중캠핑 다음 날 아침은 이런 타이밍 싸움도 꽤 중요하다.

철수하면서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들도 눈에 보여서, 같이 싹 끌어모아 한 봉다리로 만들었다.
생각해보니 10리터짜리 봉투면 충분했을 것 같은 양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본의 아니게 봉사활동까지 하고 나온 셈이다.

캠핑장 내에는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곳도 따로 있었고, 재활용센터 같은 곳은 예전에 알던 위치보다 조금 더 안쪽으로 옮겨져 있었다.
아무튼 쓰레기까지 깔끔하게 다 버리고 나니 그제야 완전히 정리가 끝난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밀크쉐이크 한 잔, 그리고 복귀

정리를 다 마치고 나서는 다시 만났던 쌉으로 갔다.
거기서 마지막으로 밀크쉐이크 한 잔 마시면서 캠핑 이야기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조금 더 보냈다.
막 철수하고 나면 바로 각자 집으로 가기보다, 이렇게 한 번 더 앉아서 정리하는 시간이 또 괜찮다.

그렇게 여유를 조금 부리다가 집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캠핑장이 아니라 돌아오는 길이었다.

집에 오는 길, 특히 부산 시내는 정말 지옥이다.
바깥에서 한적하게 있다가 시내로 들어오는 순간 현실 복귀가 너무 확 된다.
캠핑의 여운이고 뭐고, 도로 위에 올라서는 순간 그냥 “아… 끝났구나” 싶어진다.


비가 와도 괜찮았던 오랜만의 모토캠핑

계속 미루기만 했던 모토캠핑이었는데, 막상 다녀오고 나니 역시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비가 조금 오긴 했지만 주행이 불가능할 정도도 아니었고, 밤사이 내린 비 덕분에 아침 풍경은 오히려 더 좋았다.

오랜만에 텐트도 치고, 실컷 먹고, 비 오는 밤도 보내고, 다음 날 해 뜨자마자 철수까지 해보니 “아, 이 맛에 또 캠핑 가지” 싶은 기분이 다시 들었다.
결국 날씨는 핑계였던 셈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