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바이크로 일본여행 5일차, 미야지마와 시모노세키 복귀, 그리고 부산 도착
여행의 마지막 날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이날은 눈뜨자마자 조식 같은 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침부터 배를 타고 미야지마 섬으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이라고 느긋하게 움직일 수도 있었겠지만, 미야지마는 꼭 보고 가고 싶었던 곳이라 아침부터 바로 움직였다.
미야지마는 히로시마 쪽을 여행할 때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곳이고,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쓰쿠시마 신사의 토리이로 특히 유명하다.
날씨나 밀물·썰물 시간에 따라 분위기가 꽤 달라져서, 같은 장소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보인다고 한다.
맑아서 더 얄미웠던 미야지마























미야지마에 들어가니 사진은 정말 잘 나왔다.
이날은 하늘도 맑았고, 빛도 예뻐서 그냥 찍기만 해도 그림처럼 나오는 순간들이 많았다. 덕분에 예쁜 사진은 많이 건졌는데, 한편으로는 살짝 짜증도 났다.
왜 하필 돌아가는 날만 이렇게 날씨가 좋은 건데…
전날까지 흐리거나 비 오는 날도 있었고, 아쉬운 장면도 많았는데 마지막 날에 이렇게 하늘이 열려버리니 괜히 더 얄밉게 느껴졌다.
그래도 막상 도착해서 풍경을 보고 있으면 또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이쓰쿠시마 신사는 593년에 세워졌다고 전해지고, 현재의 모습은 여러 차례 보수와 재건을 거치면서 이어져 왔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신사 건물과 토리이가 대표적인 풍경이고, 밀물 때는 진짜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썰물 때는 가까이 걸어갈 수도 있어서 이 차이도 미야지마의 큰 매력이라고 한다.
다시 현실로, 체크아웃과 각자 일정
미야지마를 보고 숙소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마쳤다.
이제부터는 각자 일정이 조금씩 달라졌다.
한 명은 다른 일정 때문에 후쿠오카로 먼저 복귀했고,
다른 한 명은 이륜관 히로시마점에 가서 헬멧을 보겠다고 했고,
나와 또 다른 한 명은 담배 샵으로 향했다.
여행 후반부쯤 되면 늘 이런 식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다 같이 움직이다가도, 마지막쯤 가면 각자 보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해야 할 일이 달라진다. 그래서 마지막 날은 더 정신없이 흩어지게 된다.
사진이 끊긴 이유
그리고 이다음부터는 사진이 하나도 없다.
원래는 이것저것 더 남기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각자 찢어져서 쇼핑한 시간이 길어졌다.
이러다 배 시간에 늦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중간부터는 사진이고 뭐고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하필 이날 내 몸 상태도 영 좋지 않았다.
감기몸살 비슷하게 와버려서 정신도 없고 몸도 무겁고,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마지막 날에 이런 식으로 몸이 처지니 괜히 더 힘들게 느껴졌다.
배에 타고 나서야 조금 실감 난 복귀
어찌어찌 필요한 것들만 빠르게 정리하고, 다시 시모노세키 쪽으로 이동해 배에 올랐다.
출발할 때는 그렇게 설렜던 배였는데, 돌아가는 배는 역시 느낌이 전혀 다르다.
같은 배를 타도 갈 때는 시작이라 들뜨고, 올 때는 끝이라 그런지 괜히 조용해진다.
몸도 안 좋고 정신도 없어서, 배에 타고나서는 더 뭘 할 생각도 잘 안 들었다.
그냥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결국 감기약부터 하나 먹고 그대로 누웠다.
원래는 마지막 밤이라고 이것저것 더 생각도 하고, 사진도 정리하고, 여행 마무리하는 기분도 좀 내볼까 했는데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다.
약 기운 때문인지 피로 때문인지 그대로 깊게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정말 자고 일어났더니 부산이었다.
끝나서 더 아쉬운 여행
그렇게 이번 일본 바이크 여행도 끝이 났다.
마지막 날은 미야지마의 맑은 날씨도 있었고, 각자 흩어져 다닌 쇼핑도 있었고, 몸살 기운에 정신없이 배를 타고 돌아온 기억까지 한꺼번에 섞여 있다.
완벽하게 마무리된 하루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마지막 날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쁜 풍경을 보면서도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었고, 몸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배에 올라 부산까지 돌아왔다는 안도감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번 여행은 날씨에 웃고 아쉬워하고, 비를 맞고, 맑은 하늘에 감탄하고, 달리고 또 달렸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감기약 먹고 푹 자고 일어났더니 부산으로 돌아와 있는, 조금 허무하면서도 현실적인 엔딩이었다.
그래도 그런 끝맺음까지 포함해서 이번 여행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