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바이크로 일본가기 1일차, 가라토시장 다자이후 아소산 라이딩
하선부터 시작된 첫날의 긴장감
선적을 마치고 배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안내받은 대로 아침 7시 40분까지 지정된 장소에 같이 선적한 라이더들이 모두 모였다.
이제 진짜 일본에 내 바이크를 내리고 달리는 날이라는 생각에, 아침부터 묘하게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다.
먼저 하선이 시작됐다.


배에서 내려 안내에 따라 어떤 차량을 따라 이동했더니, 그곳에서 이것저것 검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우선은 입국심사부터 했는데, 일반 승객들처럼 줄을 하나씩 서서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바이크 선적한 사람들은 한 곳에 모아서 따로 진행하는 분위기였다.
다른 사람들 줄을 다 기다리면 바이크 검사 쪽 일정이 늦어진다고 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렇게 관계자 외 출입금지 문을 통과하니 다시 바이크가 있는 곳으로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보험 가입, 짐 검사, 보증금 제출 등 여러 절차를 하나씩 진행했다.
보증금은 말 그대로 이런저런 절차상 필요한 담보 개념처럼 받는 것이었고, 전체적인 흐름은 생각보다 꽤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다만 이때 받아간 보증금은 돌려주지 않는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이제 출발해도 좋다는 말을 듣기까지는 대략 한 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시간이 아주 짧진 않았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무난하게 끝났다.
환전도 안 하고 온 사람의 첫 일정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시작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바로 현금 찾기.
이번 여행은 어이없게도 환전을 전혀 안 해오고 왔다.
지금 생각해도 꽤 노답이긴 한데, 어쨌든 터미널에서 약 세 블록 정도 떨어져 있는 세븐일레븐으로 가서 출금부터 했다.
일본 와서 첫 일정이 ATM 찾기였다는 점부터 벌써 조금 정신없다 싶었다.
돈을 찾고 나니 그제야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기분이 들었다.
가라토시장에서 시작한 첫 끼
그리고 첫 목적지는 가라토시장.
그런데 가는 길에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설마 지금부터?’ 싶은 느낌이었는데, 첫날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가라토시장에 도착해 보니 사람은 정말 많았다.
시장 안은 꽤 활기찼고, 먹을 것도 워낙 많아서 처음부터 눈이 바빠졌다.
여기서는 참치초밥을 종류별로 하나씩 골라 담았는데, 그렇게 담다 보니 3000엔 정도, 한국 돈으로 대략 3만 원 정도가 나왔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전혀 아깝지 않았다.
퀄리티도 좋고, 크기도 제법 크고, 전체적으로 정말 만족스러웠다. 일본 도착하고 첫 끼부터 꽤 제대로 먹은 느낌이었다.
시장 옆에는 무슨 신사 같은 곳도 하나 있었는데, 일단은 복귀할 때 시간이 남으면 들르자는 식으로 넘기고 우선 패스했다.
첫날 일정이 워낙 길어서 여유를 너무 부리기도 애매했다.
비를 맞으며 향한 다자이후 텐만궁
시모노세키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약 80킬로 정도 달려 다자이후 텐만궁에 도착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굉장히 큰 신사 같은 느낌이었다.
다만 하필이면 내부 공사 중이라서, 기대했던 만큼 제대로 구경할 수는 없었다.
첫 방문인데 중요한 부분이 공사 중이면 괜히 더 아쉽게 느껴진다.
같이 간 분께 물어보니, 우리나라로 치면 수험생 둔 부모님들이 기도하러 가는 큰 절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왜 유명한 곳인지 조금 이해가 됐다.
실제로도 그런 분위기가 있긴 했다.
주변 도로변에 있는 가게들에서 간단히 이것저것 먹을 것도 좀 사고, 다시 다음 목적지인 아소산으로 향했다.
아무것도 안 보여서 더 아쉬웠던 아소산


아소산으로 가는 동안에도 비는 계속 왔다.
그렇다 보니 제대로 된 사진이 거의 없다.
달리는 동안도 계속 젖고, 멈춰서 사진을 찍을 타이밍도 애매하고, 여러모로 쉽지 않은 구간이었다.
정상 쪽에 올라오긴 한 것 같은데, 문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래라면 탁 트인 풍경이 펼쳐졌을 텐데, 이날은 안개와 비 때문에 정말 시야가 완전히 막혀 있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정작 아무것도 못 본 셈이라 너무 아쉬웠다.
그 순간에는 그냥
‘다음에 다시 와서 봐야지’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런 건 억지로 아쉬워해봤자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일단은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비 맞고 들어가 먹은 저녁이 더 좋았던 이유


저녁으로 들어간 곳은 향토음식점 같은 분위기의 식당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딱 어릴 때 보던 전국시대풍 애니메이션 속 배경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목조 느낌도 강했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꽤 인상적이었다.
가격은 조금 있는 편이긴 했지만, 직원분들도 엄청 친절했고 음식 맛도 좋았고 퀄리티도 만족스러웠다.
가는 길에 비를 맞아 홀딱 젖지만 않았으면 정말 완벽한 마무리였을 것 같다.
그런 아쉬움이 조금 있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달린 뒤 먹는 따뜻한 밥은 역시 만족도가 높았다.
숙소 도착 후 가장 먼저 한 일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는 다른 것보다도 먼저 제습부터 돌리고 젖은 짐들을 말렸다.
비를 계속 어정쩡하게 맞으면서 달리다 보니, 몸도 짐도 다 축축해져 있었다.
이런 날은 숙소 도착하자마자 말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
숙소는 온천이 있는 곳으로 잡아뒀는데, 이미 시간이 늦어버려서 이날은 이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온천은 다음 날 아침에 가기로 하고, 일단은 후다닥 대충 샤워만 마쳤다.
사실 이때는 피곤해서 뭘 더 할 체력도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비와 함께 시작된 일본 라이딩 첫날
이날 달린 거리는 대략 270킬로 정도 되는 것 같다.
비를 맞으며 이동한 시간이 꽤 길었고, 하선 절차부터 시작해 여러모로 정신없는 하루였다. 그래도 가라토시장도 들르고, 다자이후 텐만궁도 보고, 비에 가려 제대로 못 보긴 했지만 아소산까지 올라갔다는 것만으로 첫날 치고는 꽤 알찼다.
물론 날씨만 좋았으면 훨씬 더 완벽했겠지만, 또 이런 날이 있어서 다음에 다시 올 이유가 생기는 거라고 생각하면 나쁘지만도 않다.
첫날부터 완벽하진 않았지만, 내 바이크로 일본 땅을 직접 달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였다.
https://youtu.be/zrJ4ILIyjcE?si=hbZj3s3GNUKo-fw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