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바이크로 일본 가기 0일차, 부관훼리 선적 준비 후기
내 바이크로 일본에 간다는 생각
바이크를 탄 지 1년쯤 되었을 때, 배에 바이크를 실어서 제주도에 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때는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정도로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지인이 매년 바이크를 선적해서 일본을 다녀온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생각이 확 바뀌었다.
제주도도 아니고, 내 바이크를 직접 배에 싣고 일본을 간다고? 그건 솔직히 너무 재밌어 보였다.
결국 올해는 나도 같이 가기로 마음먹었고, 바로 예약까지 진행했다.
부관훼리 예약과 서류 준비 시작
부관훼리(주)
1. DEFINITION The following words-both on the face and back hereof have the meanings hereby assigned. (a) "Carrier"means Pukwan Ferry Co., Ltd. and the Vessel and/or her owner. (b) "Merchant" includes the shippers, consignor, consignee, owner and recevier
www.pukwan.co.kr
우선 전화로 언제 출발할지 예약부터 잡아달라고 한 뒤, 안내되어 있던 서류들을 하나씩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루 연차를 쓰고 가까운 경찰서에 가서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았다.
그냥 국제면허증 발급하러 왔다고 하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내를 해줘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다음에는 등록 주소지 관할 구청에 방문해서 이륜차 영문등록증을 발급받았다.
다행히 부산진구청에서는 내가 무슨 서류를 말하는지 바로 알아들어서, ‘오 생각보다 한 번에 깔끔하게 되겠는데?’ 싶었다.
그런데 역시 그렇게 쉽게 끝나진 않았다.
서류를 받고 1층으로 내려와 다시 확인해 보니 오타가 있었다.
그래서 다시 올라가서 재발급을 받아왔다.
이런 건 정말 한 글자라도 틀리면 안 된다고 해서, 현장에서 바로 확인한 게 다행이었다.

이렇게 영문등록증과 국제면허증, 그리고 이륜차 등록증 원본을 포함해서 필요한 문서들을 전부 준비했다.
출발 약 3주 전쯤 메일로 서류를 모두 발송했고, 이틀 정도 지나니 접수되었다는 답변이 왔다.
그때부터는 사실상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느낀 건 하나였다.
가끔 구청에 가서 영문 이륜자동차 등록증서를 요청하면 담당자분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무작정 방문하기보다는, 꼭 미리 전화해서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짐 싣고, 점심 먹고, 터미널로


출발 당일 아침.
엄청 이른 시간은 아니었지만 일어나서 미리 싸뒀던 짐을 전부 바이크에 적재했다.
짐을 하나하나 얹다 보면 ‘이걸 다 싣고 진짜 가는구나’ 싶은 실감이 점점 난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같이 가기로 한 형님과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까지 하고 나서 터미널로 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진짜 출발한다는 기분보다는, 뭔가 큰 라이딩을 떠나기 직전 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터미널 도착, 이제부터는 진짜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바이크를 한쪽 구석에 세워뒀다.
어차피 여기서 선적 관련 절차가 전부 진행되기 때문에, 주차도 이 근처에서 해결하면 된다.
바이크뿐만 아니라 선적을 준비하는 다른 차량들도 대부분 이쪽으로 모여드는 것 같았다.
이후에는 이것저것 검사도 받고, 부둣가 안쪽으로 들어가 배 바로 근처에 바이크를 세워두고 기다려야 했다.
출항 전까지 시간이 좀 있었는데, 6시까지는 사실상 대기 시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출국심사 전에 배에서 먹을 저녁도 미리 주문해서 배달시키고, 출국심사 후 배에서 마실 술도 사뒀다.
이쯤 되니 진짜 실감이 났다.
이제 정말 떠나는구나.
생각보다 괜찮았던 선내 객실

객실에 들어가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좁았다.
그렇다고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고, 2등실보다는 확실히 나아 보였다.
개인 화장실이 딸려 있다는 점도 꽤 마음에 들었다.
바이크 선적, 그리고 다시 식당으로
배에 탑승한 뒤에는 우선 짐부터 객실에 두고, 식당에 자리를 잡아놨다.
그러고 있으니 잠시 후 바이크 선적하러 오라는 안내가 나왔다.
안내에 따라 내려가 바이크를 배 안쪽으로 옮겨두고 다시 식당으로 올라왔다.
내 바이크가 진짜 배 안에 실려 있는 걸 직접 보고 나니, 그제야 ‘아, 이건 그냥 여행이 아니라 진짜 내 바이크로 일본 가는 거구나’ 싶은 기분이 확 들었다.
출항 후 먹는 저녁과 한잔

미리 주문해 둔 깡돼후와 회를 펼쳐놓고, 화요를 마시면서 출항 전부터 저녁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 순간이 또 꽤 좋았다.
아직 일본에 도착한 것도 아니고, 바다 한가운데도 아닌데 이미 여행은 시작된 느낌이었다.
중간에 종이컵이 없다는 걸 깨달아서 잠깐 당황했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 중인 분들께 빌릴까 하다가, 그냥 면세점에서 20엔 정도 주고 하나 사서 해결했다.
다음에는 이런 건 꼭 챙겨 와야겠다.
술은 챙기면서 컵은 안 챙긴 게 좀 웃기긴 했다.
부산항대교를 지나 바다로

배가 출발하고 부산항대교를 지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슬슬 데이터가 끊기기 시작한다.
육지와 연결되어 있던 감각이 조금씩 사라지고, 진짜로 바다 위로 나간다는 기분이 드는 순간이다.
그때부턴 사실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인터넷도 애매하고, 딱히 뭘 더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
결국 남는 건 그냥 자는 것뿐이다.
그렇게 일본으로 가는 첫날, 아니 0일 차가 지나갔다.
서류 준비부터 터미널 대기, 선적, 승선까지 하나씩 거치고 나니 이제야 정말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 바이크를 배에 실어 일본으로 간다는 것, 그 여행은 이미 출발 전부터 꽤 특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