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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벚꽃길, 봄이 조금 더 남아 있던 곳

레스트드롭 2025. 4. 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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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벚꽃도 거의 끝이구나 싶어서 괜히 시무룩해져 있던 일요일이었다.
며칠 사이 봄은 가장 예쁠 때를 지나버린 것 같았고, 올해 벚꽃도 이렇게 끝나나 싶은 아쉬움이 조금씩 올라오던 때였다.

집에서 가만히 인스타 릴스를 넘겨보다가, 우연히 거창에 있는 벚꽃길 영상을 보게 됐다.
이미 마음은 반쯤 놓고 있었는데, 화면 속 풍경을 보는 순간 다시 욕심이 났다.
‘아직 끝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위치를 한참 찾아보다가 결국 그대로 출발했다.

도착한 곳은 거창 남상면 임불리 쪽, 이른바 임불리 능수벚꽃길이라고 불리는 마을 진입로였다.
합천호 위쪽으로 달리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길인데, 흔히 보는 벚꽃길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가지가 길게 늘어진 능수벚꽃이 길가를 따라 내려앉아 있어서, 마치 봄이 마지막으로 길 위에 붙잡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보니 왜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지 알 것 같았다.
다만 아쉬운 것도 있었다.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이라 그런지 길가에는 차가 너무 많았고, 잠시라도 여유 있게 세워둘 틈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냥 천천히 흘러가듯 지나가며 눈에 담는 수밖에 없었다.

안쪽 풍경은 고프로로도 찍어보긴 했는데, 막상 확인해보니 그날 눈으로 보던 분위기만큼 예쁘게 담기지 않았다.
꽃은 분명 거기 있었고, 공기도 좋았고, 길도 참 괜찮았는데 화면 안에서는 이상하리만큼 평범하게 보였다.
결국 영상은 따로 남기지 못했고, 입구 쪽에서 찍었던 사진들만 남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어쩌면 그런 날은 원래 사진 몇 장 정도만 남아도 충분한 건지도 모르겠다.
다 담아두지 못해서 아쉽긴 했지만, 대신 그 길을 지나던 순간의 공기나 분위기는 생각보다 오래 남을 것 같았다.

임불리 능수벚꽃길은 보통 일반 벚꽃보다 조금 늦게까지 꽃이 남아 있는 편이라, 벚꽃 시즌이 거의 끝나갈 즈음 마지막으로 찾아가 보기 좋은 곳으로도 많이 소개된다고 한다.
실제로도 “벚꽃이 다 졌겠지” 싶을 때 한 번 더 기대하게 만드는 길이었다.


합천호까지 간 김에 카페 모토라드에도 잠시 들렀다.
잠깐 쉬었다가, 더 오래 머물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이상하게 그날은 유난히 피곤했다.
멀리 다녀온 것도 아닌데 몸이 축 처졌고, 봄을 겨우 붙잡고 돌아온 것처럼 마음도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묘하게 아쉬움보다 만족감이 더 남았다.

올해 벚꽃이 거의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거창의 그 마을 입구에는 아직 봄이 조금 더 남아 있었다.
잠시 멈춰 서지도 못했고, 영상도 기대만큼 담기지 않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짧고 선명하게 남는 풍경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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